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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대학 벼룩시장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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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대학 벼룩시장 ‘북적’

입력
1997.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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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불황에 과외수입 줄어 중고매매 성업/청바지·부츠에 전공서적·렌즈·립스틱까지「딱 3번입은 청바지 있어요」 「너무너무 신고 싶은 웨스턴부츠…」

경기불황여파가 대학가에도 엄습, 학생들끼리 각종 중고품을 사고파는 벼룩시장이 캠퍼스에서, 특히 여자대학에서 「성업」중이다.

이화여대 교내 「헬렌관」과 생활협동조합(생협) 건물 입구게시판은 각종 중고물품에 대한 정보와 연락처가 적힌 쪽지로 빈 공간이 없다. 덕성여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등 대부분의 다른 여대들의 경우도 학생들이 많이 찾는 휴게실이나 식당 도서관 건물 등의 입구에는 으례 「삽니다 팝니다」정보가 가득하기 마련이다.

대학의 벼룩시장은 학교측이 따로 게시판을 마련해놓거나 누가 제의를 해서 형성된 것이 아니다. 『장기불황에다 중·고생들이 학원과외를 선호, 개인과외아르바이트자리가 줄면서 주머니가 얇아진 때문』이라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벼룩광고에는 물품을 내놓는 동기로 「갑자기 과외자리를 잃었기때문」이라고 쓴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아예 생활고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구매자의 동정심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이화여대 헬렌관에 게시된 한 「팝니다」쪽지에는 『선물받은 옷인데 생활고에 시달려 어쩔 수 없이 내놓게 됐다』며 15만원이상 호가하는 옷을 10만원에 사가라고 제의하면서 호출기에 「4989(사구팔구)」를 남겨달라고 적혀 있다.

또 너무 갖고 싶어 구입했는데 크거나 적어 팔자주문을 내놓는 경우도 많다. 부츠를 내놓은 한 학생은 『너무너무 신고 싶어 웨스턴부츠를 샀는데 막상 신어보니 너무 커 어쩔 수 없이 헐값에 내놓기로 했다』며 사이즈까지 적어두었다.

심지어 『도수를 잘못알고 낮은 도수의 콘택트렌즈를 구입했다』며 도수를 「-4.6」이라고 적은 콘택트렌즈까지 나와 있다.

전공서적 20여권을 도매금으로 내놓은 학생도 있다. 이 여학생은 『대학을 졸업하고 고시준비를 하는데 더이상 전공책이 필요없는데다 용돈도 궁하다』고 적었다.

여대의 벼룩시장에는 립스틱 등 화장품과 청바지 신발 등이 단골 매물로 나오지만 자취방을 정리하면서 나온 냉장고 가스렌지 전화기 등 「가재도구」까지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사자주문 중에는 전공책값 등의 부담을 덜기 위한 것들이 많다. 한 여학생은 『3만8,000원을 주고 영문학강독 전공책 한권을 사기에도 형편이 어려워 쓰던 책을 사기로 했다』며 호출번호를 적어두었다.

벼룩시장에 옷을 내놓은 이화여대 이혜영(19·환경공학1)양은 『현재 대학가의 벼룩시장은 불황을 나름대로 이기려는 학생들의 자구책 성격이 강하다』며 『어쨌든 나름대로 건강한 생활태도를 몸에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문화』라고 지적했다.<이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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