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서서근무 고객안내 힘들지만 유망직종 자부심”서울 강남의 특급호텔인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차를 내리면 뜻밖에도 예쁜 여성의 마중을 받는다. 김경아(24)씨는 관동대 관광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공채를 통해 지난해 4월부터 20개월째 이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는 「도어걸」이다.
하루 8시간씩 호텔입구에 서있어야 하는만큼 처음에는 내다리가 아닌 것으로 느껴질만큼 몸살을 앓았다. 고객이 몰고온 최고급승용차를 호텔주차장에 대리주차하다 두차례나 접촉사고를 내기도 하고 뒷트렁크에 실린 짐이 너무 무거워 낑낑대기도 하는 등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골치가 아팠던 것은 단골고객의 차량번호를 외우는 것. 도어맨이라면 고객서비스를 위해 필수적인 일이다. 고객의 얼굴만 봐도 차량번호를 알 수 있을 정도가 돼야 고객이 호텔로비로 나올때 차량을 정문에 대기시킬 수 있기 때문. 김경아씨는 때로는 엉뚱한 차를 대기시키기도 하는 등 온갖 실수를 거듭한 끝에 지금은 무려 300여개의 고객차량을 외우는 베테랑이 됐다.
『학교를 졸업하고나서 틀에 박힌 직장생활이 아닌 뭔가 색다른 일을 하고 싶었어요. 마침 앰배서더호텔에서 도어걸을 뽑는다고 해서 원서를 냈는데 운좋게 합격했죠』
노보텔 앰배서더호텔은 93년 9월 개장이후 줄곧 도어맨대신 도어걸을 고용해왔다. 부드럽고 우아한 호텔이미지를 살리기 위한 것. 도어맨대신 도어걸의 환대를 받으면서 특히 외국손님들이 의아한 눈길을 보낸다. 워낙 고된 일이라 여성으로서는 감당키 힘들어 외국에도 호텔 도어걸은 없기 때문이란다. 노보텔 앰배서더를 제외한 국내 일부 호텔도 최근들어 도어걸을 채용하고 있으나 보통 1∼2년정도 근무하다 퇴직하는 경우가 많다.
『어떠한 고객이라도 상냥한 미소를 지어야하고 차량의 뒷트렁크에서 고객의 짐을 가볍게 들 수 있을 정도로 힘도 세야합니다. 주소만 들고온 고객이 행선지를 찾아갈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도움도 주어야 하고요』
여기다 외국고객들을 위해 영어나 일어회화정도는 능숙하게 구사해야 한다. 김씨는 『무더운 여름과 추운겨울에는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다』면서도 『도어걸이 여성의 유망한 직종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을 때까지 앞장서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정진황 기자>정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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