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내 이회창 총재측과 비주류의 갈등이 점점 파국으로 치닫고있다. 이총재진영 등 주류측은 금주부터 비주류의 「후보흔들기」를 해당행위로 규정, 당기위회부 등 강경대응한다는 방침인데 반해 비주류측도 세확산작업과 함께 이총재 「끌어내리기」를 계속하겠다는 태세여서 양측간의 대립이 결국 분당으로 비화할 조짐이다.◎이 총재측/역사바로세우기·실명제 등 차별화 돌입/흔들기 강력제재,관망파엔 ‘선택’ 요구
이회창 신한국당총재측은 청와대와 민주계 등 비주류의 「이회창 흔들기」에 대한 정면대응 방침을 거듭 분명히하고 있다. 다만 지난 25일 박범진 의원에 이어 예상되는 비주류의 추가 폭로전에는 맞대응을 자제하기로 했다. 상호 저질 비방전으로 비쳐질 경우 양비론에 휘말려 사태의 초점이 흐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총재측은 비주류와의 관계를 조속히 정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선을 50여일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어차피 화해가 불가능한 세력의 발목잡기에 더 이상 끌려다녀서는 곤란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총재측은 이를 위해 박의원의 경우처럼 공개적으로 이총재 상처내기를 하는 인사들을 「해당행위자」로 간주, 당기위에 회부해 출당 등 제재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총재측은 이미 김영삼 대통령의 직계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당기위원들에 대한 교체작업에 착수했다.
이와함께 주류·비주류간 극한 대립속에서도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관망파의원들에 대해서도 「선택」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총재측은 27일 서울에서부터 시작되는 15개 시·도별 대선필승 전진대회가 「피아」를 확연히 가를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참석위원장수 늘리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같은 조치들을 통해 신한국당을 하루라도 빨리 명실상부한 「이회창 당」으로 변모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연장선상에서 이총재는 김대통령과의 강도높은 차별화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총재는 이번주중 현정권이 대표적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역사 바로세우기」와 금융실명제에 대해 「자기목소리」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그 요지는 『역사 바로세우기가 그 취지와는 달리 편파적· 즉흥적으로 이뤄졌으며, 문민정부의 업적이라는 이유로 금융실명제가 보완될 수 있는 길이 막혀서는 안된다』는 내용이라는 전언이다. 또 경부고속철도 등 현정부의 실정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정권과의 완전한 「단절」을 위한 구체적 수순을 밟겠다는 얘기다. 이총재측은 김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 문제도 제반 상황이 무르익은 적절한 시점에서 정면으로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국민을 상대로 한 득표전략인 동시에 민주계 등 비주류에 대해 『빨리 당을 떠나라』는 분명한 메시지인 셈이다.<유성식 기자>유성식>
◎비주류측/비민주계 선봉 추가폭로 등 공세 조직화/일부선 탈당염두 동조세력 규합에 나서
신한국당 비주류는 그동안 이회창 총재에 대해 파상공세를 퍼부으면서도 다소 산만함을 보여왔다. 물론 지금도 민주계 중진들 사이에 후보교체론의 내용, 대안 등을 놓고 이견이 존재하고있다. 그러나 점차 이총재를 겨냥한 공세가 조직화하고 일정부분 역할분담이 이루어진듯한 징후가 드러나고있다.
박범진 의원이 대DJ 특수팀의 구성, 대외경제연구소에 대해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한 내용도 조직화하고 있는 비주류 공세의 시발이란게 중론이다. 박의원은 얼마전까지 총재 비서실장으로 고위당직자회의 참석멤버였고 민정계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의 폭로는 민주계 핵심들의 공세 보다 훨씬 효과가 있었다. 추가 폭로자도 역시 비민주계 인사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주류는 「이회창 회의론」을 확산시키고 관망파 의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중립적 인사들을 공격의 선봉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중립파들도 이총재를 반대하니 후보를 교체하자」는 논리를 확산시키는 전략이다.
비주류가 폭로전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총재의 약점 폭로를 강행하는 이유는 이총재 지지도를 추락시키자는 것이다. 비주류의 한 핵심의원은 자파 모임에서 『이총재 지지도가 10% 이하로 떨어지면 대안론 모색이 불가피해질게 아니냐』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추가 폭로도 이총재를 흠집내기 위한 방향으로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병행해 아예 탈당을 결행하는 적극적 움직임도 주중에 가시화할 전망이다. 서석재 김운환 의원 등이 탈당을 전제로 동조세력을 규합하고 있으며 일부 초·재선의원들도 이인제 전 경기지사를 염두에 두고 이탈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주류가 중징계 대상으로 설정한 박범진 의원도 조만간 탈당, 이 전지사 지지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총재에 비교적 우호적 자세를 유지해온 김덕룡 선대위원장을 비롯, 신상우 박관용 의원 등은 일단 반DJP연합의 추진을 명분으로 내부에서 때를 기다릴 태세다. 박의원은 내부 분란의 해소를 역설하고있지만 이회창 회의론에 근접해가는 분위기며 신상우 의원은 구체적으로 이총재를 제외한 다른 대안을 전제로한 반DJP연합에 나서고있다. 다만 이들 중진들이 「이인제 대안론」에 회의적이기 때문에 일사불란한 반이 투쟁이 전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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