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는 것인가. 어제의 동지가 오늘엔 적이 되고, 오늘의 반대파가 내일엔 어엿한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 생리라고 강변한다면 이런 상황아래서는 정치의 선진화란 요원한 일일 수 밖에 없다. 배신이 또다른 배신을 낳고, 저질성폭로는 또다른 저질폭로전을 부채질할 따름이다. 배신을 밥먹듯하고 신의를 헌신짝 버리듯 하는 풍토속에서 민주정치의 활착기대는 그야말로 연목구어다.오늘의 신한국당 내분사태가 그렇다. 말이 내분이지, 주류―비주류간의 폭로전이 정도를 넘어섰다. 언론들은 「막가파식」대결양상이라고까지 했다. 단순히 결별을 위한 단계를 넘어 상대를 정치적으로 매장시켜 버리겠다는 살기마저 느껴진다. 대선전이 이제 두달도 채 안남았는데도 당차원의 득표활동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 서로 상대를 물어뜯는 일에 혈안이 돼 있을 뿐이다.
신한국당의 내분은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의 비자금축재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유보를 계기로 표면화됐다. 이회창 총재측의 주류는 청와대가 이총재를 곤경에 처하도록 검찰에 은밀히 수사중지를 지시했을 것이라는 개연성을 들어 청와대의 이중플레이에 비난의 초점을 맞추었다.
내분양상이 김대통령과 이총재간의 힘겨루기양상으로 번지자 이번에는 「화살」이 이총재를 향했다. 비자금폭로는 이총재의 직접적인 지시에 따랐다고 전 사무총장이 다시 폭로한 것이다. 그동안 「나라를 걱정하는 시민들 제보」를 토대로 비자금계좌 등을 알아냈다고 스스로 주장해온 상황을 다시 뒤집어 엎은 것이다.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겠다던 호언도 한낱 사술에 지나지 않았음을 실토한 셈이다. 여기에 이번에는 「야당총재의 약점을 캐기 위한 특수팀을 비밀리에 운영했고 아들 병역자료 유출을 막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전 비서실장이란 사람의 폭로도 있었다.
우리는 「폭로극」이 누구로부터 사주를 받았다고 해서 책임이 면해지거나 감해진다고는 보지 않는다. 공인의 공언이 어떻게 결말지어지는가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신한국당의 내분사태는 이제 수습불능의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선거를 포기한 집단이 아니고서야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폭로는 또다른 폭로극을 부를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앞으로도 이같은 폭로전이 줄이을 것이란 소문도 있다.
신한국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증시가 공황상태를 맞는 등 나라경제가 결딴이 나고 있고, 대선이란 중대사를 앞두고도 집안싸움을 계속할 것인지. 우리가 신한국당의 내분상태를 걱정하고 질책하는 것은 신한국당이 내년 2월까지는 국정을 책임진 집권당이기 때문이다. 집권당의 동요는 곧 국정의 표류로 직결된다. 신한국당의 모든 당사자들은 이점 유의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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