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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시달리는 아이들/과잉보호·가족갈등 자율성 무시 교육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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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시달리는 아이들/과잉보호·가족갈등 자율성 무시 교육영향

입력
1997.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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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에 2∼5명꼴 무기력증·두통 등 증세/자신감 키워주고 심할땐 전문의 상담을『학원가라면 학원가고 공부하라면 책을 펴들기는 하지만 도무지 자기 스스로 뭔가를 찾아서 하는 법이 없어요. 하던 일이 끝나면 「엄마, 이젠 뭐할까」하고 물어볼 정도예요』 초등5년 아들(11)을 둔 주부 김명은(37·영등포구 여의도동)씨.

『아이가 욕심이 없어요. 공부나 놀이도 하다가 어려우면 금방 포기해 버려요. 스스로 해결하기 보다 뭐든 엄마가 대신 해주기만 바래요』 초등2년 딸(8)에게 줄넘기를 가르쳐주다 포기한 주부 김정란(33·강동구 명일동)씨.

「시키는 대로만 하는 로보트」같이 수동적인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경우 대개 혼자 방에 들어박혀 있으면서 엄마가 말을 걸어도 귀찮아하거나 항상 피곤해하고 생기가 없는 무기력증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중앙대 신경정신과 이영식 교수는 『아이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학원을 서너군데씩 등록해 가게 한다든지 예능교육 학습지 등 할 일로 쉴틈없이 일과를 짜놓는 등 아이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교육방식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설명한다. 또 『부모가 비난을 잘하고 자신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참지 못하는 경우 아이들은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잘 하지 못할까봐 아예 무엇이든 시도조차 하기 싫어한다』고 덧붙인다.

풍족한 생활과 과잉보호도 한 몫한다. 욕구를 항상 앞당겨 채워줌으써 스스로 노력하겠다는 의식이 부족해지고 모든 것을 부모가 대신 해주기 때문에 자신은 쓸모없다는 생각까지 갖게 되는 것. 이런 어린이는 학업이나 외부적인 어려움이 닥쳤을때 금방 좌절하게 된다.

무기력감이 심해지면 평소 좋아하던 TV프로도, 놀이도 다 시들해지고 잠만 자려 하거나 반대로 잠이 없어지는 증세로 발전하기도 한다. 복통 두통 등 신체적인 증세를 호소하거나 행동이 굼뜨고 말이 느려지기도 한다.

무기력증이 장기화하고 증세가 심해질 경우 우울증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우울증은 성인의 병」이라는 일반적 인식과는 달리 12세이하 어린이 100명중 2∼5명이 우울증에 걸리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남아에 비해 여아들에 더 빈번히 나타나는데 우울증 무기력감의 원인은 친한 친구의 전학이나 이사, 가족간의 갈등, 만성적 질환 등 다양하지만 무기력감도 큰 원인이 된다.

성신여대 부설 심리건강연구소 채규만(심리학과 교수) 소장은 『부모들은 어린이도 우울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한다』고 말한다. 직접적인 방식보다는 우회적 방법으로 아이의 마음상태를 살피되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 필요하다. 우울감이 6개월이상 지속되면 병적인 상태로 판단해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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