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실직불안 반영/직장·집에서 눈치 크게늘어/“회사보다 개인중요” 5% 감소/“남편의견 우선”도 줄어불황 명예퇴직 대기업들의 잇따른 부도로 직장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취업은 힘들어지고 어느날 갑자기 『책상 빼』라는 명령이 떨어질지 모르는 것이 우리나라 봉급쟁이들의 현실이다. 탤런트 유동근이 출근하려다 말고 『나 오늘 회사가기 싫어』하며 소파에 드러 눕는 식으로 당당한 샐러리맨을 표현한 광고도 이젠 찾기 힘들어졌다. 도시문화의 주축을 이뤘던 샐러리맨들은 이제 기업 마케팅의 타깃에서 갈수록 비껴나는 실정이다.
대홍기획 라이프스타일팀이 올해 5, 6월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 5개 도시의 남녀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6일 내놓은 라이프스타일 분석자료에도 샐러리맨들의 이런 모습이 두드러진다.
20∼40대 대졸 남자샐러리맨 347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 따르면 샐러리맨들은 올해 들어 불황에 경제혼란까지 겹쳐 직장에서 쫓겨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가정에서는 가부장의 권위를 갈수록 잃어가고 있다. 건강에 대한 염려는 지난해보다 커졌는데도 마음 놓고 보약 한재를 지어먹을 수 없는 형편이다. 여가생활은 줄어들었고 사치성 소비는 위축되고 있다. 대홍기획 라이프스타일팀의 박인교 연구원은 이런 샐러리맨을 한마디로 「불안한 존재」로 분석했다.
■조직 순응태도 증가=직장생활보다 개인생활이 중요하다는 샐러리맨은 지난해 라이프스타일 조사에서 53.9%였는데 올해는 48.7%로 줄었다. 되도록이면 시간외 근무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사람도 지난해 60.9%에서 올해 53.6%로 감소했다. 직장상사의 부당한 지시는 그 자리에서 거절해야 한다는 당당한 샐러리맨 역시 지난해 62%에서 올해 57.3%로 줄어드는 추세. 특히 개성이 강하고 똑 부러지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35세 미만의 젊은 직장인들 가운데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겠다는 사람이 지난해 66.9%에서 올해 55.3%로 크게 감소해 위축된 모습을 뚜렷이 보여주었다. 이에 반해 35세 이상의 나이 든 직장인들은 54.3%에서 61.2%로 오히려 늘어 대조를 보였다.
■가부장 권위의식 추락=부부의 의견이 다를 경우 남편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좋다며 남성의 권위를 앞세우는 샐러리맨은 지난해 70.8%에서 올해 64.6%로 줄었다. 맞벌이를 하더라도 집안 일은 주부의 책임이라며 가사 일을 여성에게 무조건 떠 넘기는 태도도 올해는 51.9%로 지난해보다 5%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남편이 아내보다 학력이 높아야 한다는 사람은 51.9%로 지난해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건강 염려 확산=건강에 대한 염려는 35세 미만의 젊은 샐러리맨들에게서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에 자신감 있다는 사람이 나이 든 샐러리맨(57.9%)에 비해 젊은 직장인쪽(65%)이 아직 많기는 하지만 지난해는 젊은 층의 72.9%가 건강에 자신감을 보여 감소폭이 더 컸다. 또 아픈데가 없어도 비타민이나 영양제를 먹는 샐러리맨은 지난해 31.7%에서 올해 18.7%로, 보신용으로 한약을 때때로 지어먹는다는 사람은 33.9%에서 20.2%로 각각 크게 줄었다. 불황으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직장인들은 건강을 걱정하면서도 어찌해 볼 방법이 없는 모습이다.
■패션화 증가·고급화 감소=일반적으로 패션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는 경향과 같이 샐러리맨도 새로운 패션과 유행은 바로 받아들이는 쪽이 지난해 22.9%에서 올해 27.1%로 늘었다. 「옷이나 머리 모양, 장신구 등을 자주 바꾼다」(11.8%→18.4%), 「속옷도 색상이나 디자인에 신경 쓴다」(26.6%→32.6%)는 사람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옷은 유명브랜드 제품이 좋다는 과소비 성향을 가진 사람은 불황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여가시간이 늘었다는 사람도 지난해 38.7%에서 올해 33.7%에 그쳐 샐러리맨들의 삶이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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