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강택민)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1주간의 예정으로 미국방문길에 올랐다. 이번 방미는 그가 중국최고의 실권자로 자리를 굳힌 후의 첫 해외나들이여서 의미가 있다. 특히 미일 등 강대국들 사이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북한문제해결 등 동북아안정의 축으로서 중국의 입장과 역할을 주장하며, 대변하게 될 것이란 점에서 우리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강의 이번 방미는 작년 11월 필리핀에서 열렸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때 상호방문을 정례화하기로 한데 따른 것으로 내년초엔 다시 클린턴 미 대통령이 방중하게 되어 있다. 그렇긴 해도 그의 이번 방미는 중국의 관점에서 특별한 의미와 역사성을 갖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강의 세계중심무대 등장이다.
지난 2월 덩샤오핑(등소평)이 사망한 후 줄곧 등의 대리인으로 불려져온 그가 9월의 15전대를 무사히 치름으로써 드디어 홀로서기에 성공했음을 이 기회를 통해 과시하려 하고 있다. 또한 국외적으로는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함으로써 중국이 아시아에서 뿐만아니라 세계 최강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메시지를 주변국들에 전하려는 뜻도 있다. 강주석은 오는 29일 클린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이같은 의도를 충족시킴과 함께,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여러 현안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양국간 주요 각료회의와 공동위원회의 재개로 89년 천안문사태 이후 냉각되어 온 관계를 이전과 같이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다음엔 세계무역기구(WTO)가입, 미일방위지침, 대만문제 등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여기서 특히 우리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북한의 4자회담 참여 등 한반도 문제라 할 수가 있다. 지난주 미 백악관도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 관한 이례적인 브리핑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종식과 북한의 4자회담 참석유도가 현안 가운데 하나이며 이번에 이 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 당총비서에 추대된 북한의 김정일 역시 4자회담의 재개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도되어 중국·북한간에 어떤 교감이 있지 않았나 하는 추측마저 나오게 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로선 미국과 함께 북한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다. 특히 최근 괄목하리만큼 급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일본 등과 함께 아시아에서의 패권다툼에 뒤지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로 외교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회담 결과는 경우에 따라 한반도 정세변화의 기폭제 내지는 전환점 구실을 할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기대도 있다. 이점을 두 정상은 깊이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점이기에 우리의 자세 또한 더욱 신중해야 할 것이다. 미일을 축으로 한 기존 외교노선을 더욱 발전시켜 새로운 상황에 걸맞은 외교를 펼쳐나감은 물론, 동남아국가연합(ASEAN)을 포함한 동아시아 다자간 안보체제 활성화도 그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