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를 지키기 위한 프랑스인들의 노력을 보고 많은 한국인들은 프랑스인이 「민족주의적(Nationalistic)」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한국사람들이 프랑스의 민족주의를 이야기할 때 실소를 금할 수 없다. 프랑스인들보다 한국인들에게 이런 성향이 훨씬 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나는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7월14일)에 집앞에 나부끼는 프랑스 국기를 본 적이 없다. 그러나 한국인의 민족주의적 성향은 축구경기에서도 쉽게 나타난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월드컵에서 본선까지 올라가기 위해 훌륭한 경기를 보여주었다. 요즘 한국 대표팀도 내년 프랑스 월드컵 본선에 출전할 정도로 선전했다. 아마 월드컵 본선에서는 지역 예선전에서보다 더 좋은 경기를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의 우수성을 떠나서 나는 대표팀이 경기를 할 때마다 축구팬들의 광적인(?) 태도에 놀라곤 한다. 내가 아는 한국 친구중 어느 누구도 직접 축구를 하지는 않지만 TV에서 축구중계가 시작되면 모두들 몰두한다.
아무튼 젊은 남자들이 축구를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축구가 아주 재미있고 「남자다운」운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왜 축구가 한국 여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여러번 지하철 역이나 공중집회장소의 대형 TV 앞에서 중년부인들이 한국팀의 골이 터질 때마다 박수를 치며 열광하는 것을 보았다.
4년전 나는 여러번 갑작스런 함성에 놀라 새벽잠을 깬 적이 있다. 나중에 그 이상한 함성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다름 아니라 새벽 4시 TV 앞에서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보면서 열광하던 우리 동네 사람들의 함성이었다. 프랑스에선 축구 경기 때문에 잠을 깬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더구나 대형 TV앞에서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프랑스 부인들을 본 적이 없다. 단지 남편과 함께 있고 싶을 경우를 빼고는….
불행하게도 유럽의 축구는 어두운 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경기장이나 거리에서 모든 것을 파괴하는 광적인 팬들이다. 이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죽고 다치기도 했다. TV에서 봤던 벨기에 하이셀 경기장의 끔찍한 사건을 기억하면 온몸에 소름이 끼친다. 최근 월드컵 예선전중 한국팀을 응원하는 「붉은 악마」의 모습을 보았다. 얼굴에 새빨간 페인트를 칠하고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에서 문득 섬뜩한 느낌도 받았다. 축구는 한국에서 좋은 스포츠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한국이 88 서울올림픽에서 거둔 영광을 2002년 월드컵에서도 이룰 것을 기대한다. 혹시나 팬들의 열광이 지나쳐 대회에 흠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기우이기를 바라면서.<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프랑스인>한국형사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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