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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해외자금 퇴장(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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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해외자금 퇴장(사설)

입력
1997.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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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기아사태타결로 모처럼 안정세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됐던 증권시장과 외환시장이 세계적인 증시동반하락바람을 맞아 급락·급등의 심각한 불안을 보였다. 서울증시는 23일 정부의 기아그룹 법정관리방안이 나오자 거의 모든 주가가 급반등, 종합주가지수가 600선을 단숨에 회복했으나 하루만에 다시 570대선으로 급락했다. 환율도 23일 안정세를 보였으나 역시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단번에 달러당 930원대선으로 치솟았다.이번의 증시, 외환시장격동은 외국기관투자자들의 무조건적인 매도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들 외국기관투자자들은 한보·기아 등 재벌기업들의 연쇄부도가 심화되면서 사자보다 팔기에 주력해 왔고 특히 10월들어 순매도가 급증해 왔다. 그들의 매도추세가 단순히 단기적인 투자전략에 따른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우리나라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판단에서 아예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시장을 이탈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해외기관투자자들이 동남아시장과 경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불신을 불식하지 못하고 있고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서도 차별해서 보고 있지 않다는데 유의해야 한다. 두차례의 증시부양대책에 따른 외국인투자한도 추가확대가 실시되는 11월초에 이들의 투자형태를 보면 현재의 매도가 어느쪽을 의미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시장이탈의 경우 정부로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시장에의 파급영향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9월말 현재 10억1,092만주(시가기준 16조5,500억원)로 시장전체의 11.2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세력은 아니다. 그러나 장세가 극도로 약세인 현여건에서 그들의 퇴장은 결정적일 수가 있는 것이다.

또다른 우려점도 있다. 통화가치가 과대하게 평가된 것을 이용, 환차익을 겨냥하여 동남아금융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해외핫머니가 홍콩에 이어 서울금융시장에도 상륙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점 또한 경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외환시장은 일찍이 변동환율로 전환, 실세를 반영해 왔기 때문에 원화가 외환투기의 대상이 될 염려가 없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사실이나 실세의 반영여부는 보는 시각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국제환투기로부터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다행인 것은 주로 불황의 탓이기는 하지만 수출이 그런대로 지난해 보다 다소 증대하면서 수입은 크게 감소, 무역수지적자가 크게 개선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여튼 증시붕락과 환율폭등은 경제의 태풍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한국경제와 경제정책의 해외신뢰성을 회복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기아그룹 등 부실재벌그룹정리를 통한 구조조정과 부실금융기관의 정상화 등 현안 경제난제 등을 서둘러 타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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