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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조직 ‘세계화’ 막는 길/임용순 성균관대 교수(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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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조직 ‘세계화’ 막는 길/임용순 성균관대 교수(특별기고)

입력
1997.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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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 공조도 중요하나 국민 도덕불감증 먼저 치유돼야 효과요즘 우리는 세계화란 말을 자주 듣는다. 세계화라 함은 전통적 국가의 경계선이 무너지면서, 경제적으로는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는 과정을 말한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많은 시민이 타국을 방문하면서 보편적인 가치관을 세계적으로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세계화 현상이 불법집단인 범죄조직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구소련이 붕괴하고 기술문명이 발전하면서 범죄조직체들이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에도 외국의 범죄조직체들이 직·간접으로 손을 뻗치고 있다.

세계의 범죄조직체들은 엄청나게 성장하면서 선량한 시민의 건전한 삶을 위협하고 있다. 국제금융통화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96년 한해에 전세계에서 돈을 세탁하여 불법유통한 액수가 미화로 5,000억달러에 달한다. 이같은 돈은 마약 구입, 불법무기 구입, 보석류의 불법유통에 사용된다. 또한 금융의 불법유통은 정치의 부패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또한 많은 정치인이 범죄행위에 참여하기도 하며, 범죄조직체와 연관을 갖고 있다.

유엔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96년 한해에 세계적으로 유통된 마약의 양은 미화로 2조달러어치에 달한다. 세계 범죄조직체들이 유통하는 갖가지 물류는 전세계 GNP의 약 20%를 차지한다.

흔히들 말하기를 정치의 발전은 국가의 능력을 상승시키고 국민의 정치참여를 높인다고 한다. 또한 발전된 정치사회는 여러가지 단체의 기능적 분업화를 장려하게 된다. 이제 세계적인 범죄현상을 고찰하면 정치의 발전과 비슷한 현상을 엿볼 수가 있다. 첫째로 범죄조직체가 참가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증가하고 있다. 둘째 전세계적으로 범죄행위에 참가하는 인구가 무척 늘고 있다. 셋째 범죄조직체들도 각기 특성에 따라 기능적인 분업화를 하고 있다.

범죄행위도 무척 다양하다. 무기밀매, 마약거래, 대리살인, 테러, 화폐 및 유가증권의 위조, 돈세탁 및 불법유통, 협박, 도박, 납치, 밀입국, 문서위조 등. 때로는 범죄조직체들이 합법적인 기업체를 인수하기도 하고 협박을 통해 매수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범죄단체들이 환경의 오염, 신용기구의 침투 등 현대적인 기술을 이용한 범죄에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

이같은 범죄행위는 이제는 도가 지나쳐서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항시 북한의 위협을 의식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안보정책은 늘 북한의 남침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보면 외적의 침략보다는 자체의 타락과 부패로 스스로 붕괴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

다양한 범죄가 사회에 만연하면 실로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게 된다. 최근의 범죄는 세계화하기 때문에 때로는 우리정부의 능력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유엔의 국제경찰기구가 창설되기도 했다.

최근 필자는 태국 방콕에서 태평양 지역의 15개국 대표들이 모여 국제범죄 방지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하였다.

우리는 요즘 시끄러운 정치문제와 북한의 위협 및 통일문제에는 관심을 갖고 대안을 외치기도 한다. 그러나 조용하면서도 사회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범죄조직들의 세계화과정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저 사건이 있을 때면 언론에 잠깐 비쳤다가 국민의 기억에서 곧 사라져 버리곤 한다.

우리도 미래를 기획할 줄 알아야 한다. 세계의 곳곳에서 야기되는 문제는 결국 우리에게도 야기되게 마련이다. 앞으로 국내범죄이거나 국제범죄이거나 간에 이를 제거하기 위하여 몇가지의 노력을 해야한다.

첫째로 우리 수사기관간의 상호협조가 필요하다. 국제범죄의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대처를 위해 안기부, 검찰 및 군이 긴밀히 협조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둘째 국제화 및 세계화하는 범죄조직을 상대하고 수사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셋째 국민의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우리는 물질주의에 만연되어 있다. 개인의 주관과 향락을 강조하다가 객관적인 규범들을 상실했다. 사람을 죽이고 때로는 남을 구타하고 또한 남에게 사기를 치고도 우리는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범죄를 방지할 수 있는 최대의 방법은 시민이 객관적이 규범에 의해서 행동하는 것이다.<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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