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안에 갈곳모르는 시중돈 정치자금유입·개발공약가세땐 부동산안정세 일시에 깨질수도대선이 치러지는 올 연말과 새 정부가 들어서는 내년초를 지나면서 집값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아직까지 내집마련을 못한 주택수요자들은 집값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올초 급등세를 보였던 수도권 아파트값이 중반기를 고비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하반기들어 경기 용인 수지2지구 등 유망지역의 아파트에 대한 청약이 다소 과열현상을 보이는 등 수도권의 집값은 틈만 있으면 꿈틀거릴 태세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최근 주가 급락과 환율 불안 등 금융시장의 불안정으로 시중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몰려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주식시장의 고객예탁금이 시장불안으로 이탈현상을 보이고, 시중은행들도 부도위험을 기피해 기업대출을 줄이는 대신 가계대출을 늘릴 가능성이 있어 자칫 갈 곳없는 시중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몰려드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재벌기업들이 불황타령에도 불구, 지난해에 비해 올해 부동산 매입을 늘리고 있는 점이나 모 건설회사가 지은 오피스텔이 며칠만에 분양되는 것도 기업자금과 가계자금이 부동산 쪽으로 갈 곳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화량 조절기관인 한국은행이 부실금융기관 지원을 위해 예정에 없던 2조원의 특융자금을 방출, 시중자금이 넘쳐나고 이로 인해 4.5%대의 물가안정기조까지 흔들릴 경우 집값도 덩달아 뜀박질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여기에 비록 정치권이 여야 합창으로 「돈 안쓰는 선거」를 표방하고 있으나 대선과정에서 정치자금이 시중에 풀리고 지역개발 등 대선공약까지 가세한다면 몇년째 잠자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투기에 불타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건설교통부 등 주택당국은 부동산실명제 등 토지공개념제도의 시행으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부동산 폭등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더구나 기업들이 자금난으로 인해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는 여력이 크지 않고 가계부분의 구매력도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까지 집값은 전국적으로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은행이 집계한 집값동향을 보면 도시지역 매매가는 1분기 2.4% 상승했지만 2분기에는 0.1% 하락했고 3분기에는 0.9% 오르는 등 대체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8월 4.9%가 상승, 지난해 동기의 1.1%보다 무려 4배이상 올랐다.
주택전문가들은 따라서 아직까지 내집마련을 하지 못한 무주택자들의 경우 자신의 자금능력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적당한 물건을 적극적으로 찾아볼 때라고 권고한다. 청약예금자들도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로 분양가가 다소 인상될 가능성이 있고 채권입찰제 확대실시로 아파트 구입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 정형기 이사는 『부동산시장은 이제 투기요소가 상당부분 없어지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정착되고 있으나 투자자들의 심리적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될 소지는 여전하다』며 『내년 출범하는 신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유승호 기자>유승호>
◎전문가 진단/김태호 부동산랜드 사장/아파트값 오름세 몇년간 더 지속
지난 몇년동안 아파트값이 안정세를 보였던 것은 신도시 건설로 물량공급이 대량으로 이뤄진데다 주택전산망과 토지전산망이 가동되고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가 실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도시 입주가 사실상 마무리됐고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여전히 69%대에 머물러 있어 언제 상승할 지 모르게 됐다.
91년 하반기부터 아파트 매매는 매물은 많은데 살 사람이 없어 거래가 뜸했고, 전세는 94년부터 매물이 없어 거래를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해 가을부터 매물이 거의 소화됐고 가격도 꾸준히 상승, 아파트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보다 얼마나 더 오르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아파트값의 추세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전세값이 2년 주기로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전세기간을 2년으로 규정, 계약기간이 끝나는 2년을 주기로 94, 96년 전세파동이 일어났다. 따라서 내년 전세값도 불안한 요인을 안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는 여름과 겨울 비수기에도 꾸준히 오르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겨울 비수기에 아파트값이 오르는 것은 시세가 바닥권에 이르러 있다는 것을 뜻한다.
토지공개념제도로 과거와 같은 투기목적의 가수요가 값을 올리는 것은 원천봉쇄됐다. 그러나 아파트값이 이미 94년부터 상승세로 돌아섰고 상승추세는 앞으로 몇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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