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집안 갈등은 단순한 내분수준이 아니라 심각한 내전의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명예총재인 김영삼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 주류 비주류간의 대립은 감정까지 곁들인 마구잡이식 공방으로 발전하여 국민들로서는 참으로 해괴하게만 느껴진다. 제1당인 신한국당은 국정을 외면한채 언제까지 시끄러운 집안전쟁을 계속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이번 싸움은 알려진대로 검찰의 비자금 수사유보 결정이 도화선이 되었다. 이총재가 김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고 청와대가 이를 일축하자 이번에는 김대통령이 초청한 대선후보 연쇄회담을 거부했을 뿐 아니라 비주류측의 후보사퇴 주장에 「나갈테면 나가라」고 반박하여 당은 중대한 위국에 직면한 것이다. 되풀이 강조하거니와 여권의 내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사회불안 경기침체 등 국가적 혼란을 촉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의 신한국당 사태의 당사자이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인사는 김대통령과 이총재인 만큼 양인은 하루빨리 만나 냉정한 자세로서 서로의 불신과 불만 내용들을 기탄없이 토로하고 사태를 수습, 당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 자리에서는 하고 싶은 모든 얘기, 특히 서로가 요구할 사항을 남김없이 제기해야 할 것이다.
이총재의 불만은 분명하다. 김대중 후보를 겨냥한 비자금 사건을 검찰이 수사를 유보한 것이 청와대의 입김이라는 것, 그리고 김대통령이 이인제 후보의 탈당, 출마를 막지 않은 것은 이중플레이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다. 특히나 어제 후보들과의 연쇄회동중 여당후보를 뒤로 하고 김대중 후보를 먼저 만난 것은 자신을 외면, 평가절하하려는 의도적인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청와대와 당내 비주류측은 아들의 병역문제 등 큰 결점을 국민앞에 드러내 지지율이 계속 떨어졌고 또 비자금 사건도 사전 연락없이 폭로한 뒤 비난이 일자 책임을 전가하려 하고 탈당까지 요구하는 등의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경위야 어떻든 김대통령이 김대중 후보와 제일 먼저 회담을 한 것은 이총재에 대한 못마땅한 감정을 나타낸 인상을 주고 있다. 먼저 약속이 되는 인사와 만나고 또 중립적 위치이기에 누구나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고 할 수 있으나 관례대로 제1당의 총수인 이총재와 먼저 만났어야 했다.
김대통령과 이총재는 하루빨리 단독회담을 갖고 석연치 않았던 모든 얘기들을 나눠야 한다. 이총재가 검찰의 수사유보를 재고않는 한 만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그럴수록 만나서 수사유보의 진짜 배경을 묻고 자신에 대한 지지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지도자로서의 도리다. 김대통령도 자신이 이끌던 당에서, 모처럼 처음 자유경선으로 후보를 만들었던 만큼 당혼란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당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넓고 크게 포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