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북동진’… 뭉칫돈 이탈 등 금융불안 흡사/외환 충분한 홍콩·대만도 두손들어 충격 더해동남아시장을 휘몰아쳤던 외환위기가 서서히 「북동진」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한국이 투기적 핫머니들의 직접적 공략대상이 된 것은 아니지만 빠른 속도로 북상하는 외환위기의 태풍을 과연 막아낼 수 있을지 장담할수는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4일 금융시장은 종합주가지수가 사상최대로 폭락하고 환율이 폭등하는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비자금파문 기아사태 연쇄부도 등 「3재」가 어느 정도 소멸되면서 안정을 찾는듯 했던 주식·외환시장은 정부의 기아대책 발표이전의 「광란적 무정부상태」로 되돌아갔다. 적어도 외형상으론 대만 홍콩을 휩쓸고 있는 금융위기가 매우 흡사한 양상이다.
당국은 이같은 상황에 우려감을 표시하면서도 제2의 멕시코, 제2의 동남아사태 가능성은 희박하게 보고 있다. 우선 동남아는 고정환율제하에서 환율이 고평가돼 헤지펀드들의 집중공략을 받았지만 우리나라는 변동환율제를 통해 통화가치가 환율에 그때 그때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채권시장이 미개방상태이고 외환시장도 실수요거래 및 포지션관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투기자금이 공략할 제도적 공간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윤여봉 외환기획과장은 『동남아국가들은 상호의존도가 높아 외환위기가 쉽게 전염됐지만 한국과는 차단벽이 놓여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계는 외환위기의 북상확률을 당국보다 훨씬 높게 점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외국의 「큰손」들은 아시아를 대체로 「한묶음」으로 평가한다는 점이다. 대우증권 강창희 상무는 『한국시장이 핫머니 공략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동남아 통화위기 및 달러강세이후 외국투자자들은 신흥시장(Emerging Market), 특히 아시아시장을 대체로 비관적으로 보고 있으며 아시아지역에 대한 투자를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둘째로 금융기관 부실화와 경상수지적자 확대 등 국내 경제여건의 악화를 지적하고 있다. 가장 안정적 시장으로 평가받던 홍콩이 핫머니들에게 손을 든 것도 경상수지악화에 따른 환율압력 때문이며 앞서 태국 바트화 위기도 금융기관 부실화가 불을 당겼다.
세째, 핫머니 차단벽이 그다지 공고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한 외환딜러는 『대표적 환투기시장인 역외선물환(NDF)시장을 경유, 국내 환시장에서 선물환거래를 통해 변칙 환차익을 얻는 사례가 실제로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금융계는 무엇보다 대만과 홍콩의 외환위기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 금융계인사는 『외환위기는 투기자금과 중앙은행간 대결에서 후자가 패할 때 일어나는 것』이라며 『외환보유고가 800억달러가 넘는 대만과 홍콩이 헤지펀드 공략에 두손을 들었다면 고작 300억달러 남짓한 우리나라로선 외환위기에 훨씬 더 노출되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외국인들이 계속 주식시장을 떠나고 그 달러수요를 중앙은행이 감당하지 못한다면 결국 주가폭락과 환율폭등이 불가피하고 이는 바로 대만 홍콩을 무너뜨린 외환위기가 한반도에 상륙하는 것을 의미한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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