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년간 계속돼온 유럽연합(EU)의 「초콜릿 전쟁」에 종지부를 찍기위한 노력이 이번에도 수포로 끝났다. 『초콜릿이란 무엇인가』라는 상업적 정의를 둘러싸고 두파로 갈라진 역내 15개 회원국들간의 무역전쟁을 해결하기 위해 유럽의회는 22일 역사적인 표결을 했으나 끝내 전쟁해소에 실패했다.『초콜릿은 순수하게 코코아 버터만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프랑스 벨기에 주도의 8개국과 『식물성 기름이 혼합된 것도 초콜릿으로 인정해야한다』고 맞서온 영국과 덴마크 주도의 7개국간 대결이 이른바 초콜릿 전쟁이다.
이처럼 오랜 전쟁을 벌여온 것은 초콜릿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연간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역내 초콜릿시장의 판도에 커다란 변화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EU에서는 코코아 버터만으로 제조된 것만 초콜릿으로 인정해 역내 수출입이 자유화되어 있다. 반면 팜오일 등 식물성 기름을 섞어 만든 제품은 제조는 자유이나 수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혼합식 초콜릿 메이커들의 입김이 센 영국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포루투갈 등 7개국이 이를 개정하기 위해 유럽집행위원회와 유럽회의를 대상으로 집요한 로비를 벌여왔으나 프랑스 등 순수주의파 국가들이 기득권 사수에 나서 양측간 공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EU의 정부격인 유럽집행위원회는 최근 절충안으로 식물성 기름 원료를 제품중량의 5%이내로 사용한 것은 초콜릿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유럽의회에 재상정, 22일 표결에 부쳤다. 그러나 유럽의회측은 집행위의 제안을 통과시키면서 혼합식 초콜릿의 상품 라벨표시규정, 검사규정 등을 까다롭게 제한하는 전제조항을 다는 등 7개국이 수락할 수 없는 단서를 두었다.
초콜릿전쟁은 73년 유럽경제공동체(EEC·유럽연합의 전신)가 영국 아일랜드 덴마크를 신규 회원국으로 영입하는 과정에서 예외적인 우대조건을 부여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하나의 유럽」을 이루려는 구상에는 이처럼 험난한 걸림돌이 가로놓여 있다.<파리>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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