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바로잡으려 하원출마”70년대 아르헨티나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아들과 생이별한 한 어머니가 「더러운 전쟁」이라는 오욕의 역사를 「제도권」내에서 청산하기 위해 정치가로 나섰다.
군사독재 당시 실종자 가족 단체인 「5월 광장 어머니회」의 핵심인물인 그라시엘라 페르난데스 메이히데(66)가 26일 부에노스아이레스주에서 하원의원에 출마한 것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주는 전체 의석의 40%를 차지하는 중요한 지역으로 집권 페론당의 부동의 아성. 그는 이번 선거에서 당선될 경우 99년 대권에도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76년 어느날 그는 17세된 아들이 군인들에게 잡혀갔다는 말을 듣고 밤낮으로 경찰서 학교 관공서 등을 찾아다녔다. 그는 굳게 닫힌 관공서 철문을 사이에 두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으며 간혹 들려온 고문 살인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려야했다. 당시 프랑스어 교사였던 그는 당시 실종된 9,000여명의 가족을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변신했고 이제 집권 페론당의 아성에서 한판 승부를 위한 도전장을 낸 것이다.
현재 그의 강력한 경쟁상대는 현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 부인인 힐다 두알데(51). 그는 두알데 후보와 박빙의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나 조직력 자금력 등에서 열세이다. 두알데 후보는 2만명의 여성을 동원, 에바 페론의 고향에서 극빈자에게 식량을 나눠주는 등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하고있다. 게다가 중앙정부로부터 3억달러의 보조금까지 받고 있다.
반면 페르난데스 메이히데는 부패척결 사법개혁 등 「역사 바로잡기」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한때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에 대항하다 체포됐던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했으나 90년 메넴 대통령이 군사독재 주범들을 사면하자 현 정권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회견에서 『아들의 실종은 정치인으로 새출발하게 만들었다』면서 『복수하려는 것은 아니다. 생이별의 고통을 정의와 민주로 승화시키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윤태형 기자>윤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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