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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100일의 대차대조표/김준형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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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100일의 대차대조표/김준형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7.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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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그룹 채권금융단 재정경제원 등 3자간에 전개됐던 「전쟁」은 100일만에 일단 막을 내렸다. 노조의 총파업 등 기아측의 반발로 아직 포연이 가시지 않고 있지만 물길을 돌이키기는 힘들지 않나 싶다. 기아 100일은 「주가 -200포인트, 환율 +30원, 금리 +0.6%포인트」라는 지표만 갖고는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상처를 남겼다.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떠났고 평상시 같으면 그럭저럭 굴러갈 기업들이 덩달아 무너졌다. 금융기관의 멍은 짙어지고 우리가 오랫동안 국제사회에서 쌓아왔던 신뢰는 땅에 나뒹굴었다.하지만 비용에는 대가가 따르는게 경제법칙이다. 현명한 경제주체라면 이미 치러진 비용에 연연해하기보단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되새기고 있을 것이다. 『납득할 수 없다』는 힘없는 말을 남기고 결국 물러설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김선홍 기아회장의 모습에서 우리 기업인들은 「책임경영」의 무게를 실감했을 것이다. 『일찍 수습책을 마련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한 강경식 부총리는 「교과서」와 「현실」의 차이, 정책투명성의 중요성이 가슴시리게 와 닿았을 것이다. 『18년동안 쌓아온 금융계 경력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며 기아에 대한 부실여신의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난 한 종금사 간부의 뒷모습은 모든 금융기관 사람들에게 두고 두고 거울이 될 것이다. 『총파업, 결사투쟁』을 외치는 노조 역시 경영에 대한 적절한 견제라는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만을 좇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의 염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국민들은 「겨우」 재계 8위인 기업의 운명을 놓고 우리사회가 치러야 했던 엄청난 비용을 보며 새삼 「공룡(대기업)」의 실체에 몸을 떨었어야 정상이다. 이런 교훈들을 모두 우리것으로 챙길때 그나마 기아 100일의 대차대조표는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또 기아 100일을 향후 100년 번영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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