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문화의 세기이지만 실업의 세기이기도 하다. 많은 학자들이 앞으로 지구촌의 최대 고민은 실업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문명의 관점에서는 실업이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신세기의 징표라는 낙관론도 있다. ◆과학기술과 산업이 눈부시게 발달한 최근 2백여년간 인간의 많은 능력중 주로 강조돼 온 것은 생산능력이었다. 창조능력은 자연히 위축됐다. 그런 왜곡을 바로잡고 일을 통한 소유보다 존재의 풍요를 중시하는 시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연적 현상이 실업이라는 것이다. ◆실업시대·문화시대에는 창조적 인간을 기르는 문화교육이 필요하다. 최근 발표된 「문화비전 2000」도 과학기술주의적 패러다임에서 문화중심적 교육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더 이상 대량생산체제에 맞는 수동적·기계적인 인간을 양산하는 교육을 하지 말자는 주장이다. ◆「문화비전 2000」은 생산주의시대의 「노동중독증」에서 벗어나 일과 놀이 속에서 유연하게 생산에 참여하는 생산인교육과 함께 소비자교육, 공동체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그 방안으로 종속적 사제관계의 개선, 학교수업 감축, 학교에 침투한 대중문화에 대한 인정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문화의 즉시적 효용성에만 집착하는 우리나라의 행정은 학교교육의 문화적 회복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21세기에 제대로 대비하려면 교육행정과 문화행정의 접속이 이루어져야 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하는데 다음 정부에나 기대해 볼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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