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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립공원 자연보존 그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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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립공원 자연보존 그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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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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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은 미래의 몫’ 환경 최우선「과거를 보존하고 현재를 관리하며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 미 연방정부 국립공원관리국의 지침이다. 세계 최초로 1872년 옐로우스톤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미국은 이후 52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녹색생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일보사와 환경운동연합은 현대자동차와 대한항공 협찬으로 이시재 시민환경연구소 소장 등 전문가와 환경운동가를 대상으로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미국 환경연수를 실시했다. 국립공원 아치스(Arches)와 데스밸리(Death Valley)의 자연과 보존실태를 소개한다.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금·은 노다지 불구 채굴은 꿈도 못꿔

캘리포니아주에 자리잡은 죽음의 계곡 데스밸리(Death Valley)는 미래를 준비하는 미국의 자연정책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국립공원이다.

해발고도 마이너스 86m의 계곡바닥은 염분을 머금은 모래가 햇빛에 반사돼 잔잔한 호수처럼 보인다. 그 북쪽으로는 여름이면 미국내 최고기온(섭씨 56.6도)을 기록한다는 평원이 길게 뻗어 있다. 누런색의 진흙 바위군, 주름무늬의 모래언덕 주변에는 「악마의 골프장(Devil’s Golf Course)」 「지옥의 열천(Furnace Creek)」 「배드워터(Bad Water)」 등 섬뜩한 이름의 지명들이 가득하다.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지나 차로 3시간가량 달리면 사막 한가운데 우뚝 솟은 단테스전망대에 이른다.

인간의 발길이 닿을 것같지 않은 이곳을 199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것은 인간의 탐욕이 자연을 얼마나 파괴할 수 있는지를 알기 때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 데스밸리는 금 은 구리 등을 채취하려는 광산업자들이 최고의 노다지 지역으로 눈독을 들이던 곳이었다. 주정부는 천혜의 신비를 간직한 사막과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매장물을 「미래의 몫」으로 남기기 위해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국립공원 감시단장 크리스 워드(48)씨는 『자연환경이 경제적 이해 때문에 훼손되서는 안된다는 것이 국립공원 설정의 취지』라며 『사막이 후대에 물려져 어떤 가치로 사용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황량한 사막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의미에 동의한 관광객의 수가 연간 150만명에 달하고 있다.

◎유타주 아치스/권총찬 감시인 탐방로 외 엄격통제

비행기라도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천연아치(Arch)들이 즐비한 아치스(Arches)국립공원. 유타주의 시골마을 모압에서 북쪽으로 8㎞쯤 달리다 보면 나타나는 붉은색의 암벽(Red―Rock)으로 시작된다.

네 구역으로 나눠진 아치군락에는 대자연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다놓은 랜스케이프―아치(Landscape―Arch), 정교한 모양의 델리케이트―아치(Delicate―Arch), 동그라미 두개를 겹쳐놓은 듯한 더블―오―아치(Double―O―Arch) 등 1,000여개의 크고 작은 아치가 거대한 조각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수백만년전 암염과 퇴적층이 단층작용을 통해 솟구친 뒤 약한 부분에 구멍이 생기고, 그 구멍이 바람과 빗물에 씻겨 지금의 형태로 커졌다. 아치의 생성과 소멸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91년에도 랜스케이프―아치의 아래쪽에서 길이 2m 넓이 3m의 바위가 떨어져나가 리본모양의 새로운 아치를 만들었다.

아치뿐 아니라 각종 기암괴석도 즐비하다. 두개의 바위가 절묘한 균형 속에 상하로 쌓인 밸런스드―록(Balanced―Rock), 3,500년전 이집트여왕을 연상케한다는 퀸―네페르티티(Queen―Nefertiti) 등이 늘어서 있다.

살아있는 지형을 보존하기 위해 권총까지 찬 공원감시인이 탐방로 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곳곳에 「사막 생명체에 양분을 공급하는 토양을 밟지 않도록 산책로만 걸으시오」라는 푯말이 있다. 가장 웅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랜스케이프―아치 아래쪽에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니 조심」이라는 푯말이 있다. 무너지는 순간까지 보존하겠다는 처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

◎국립공원 지키는 ‘시에라클럽’/100년 역사 미 최대 환경단체/가두캠페인에 입법청원/60만회원 이용 광범활동

「미국의 모든 자연보호 관련 법안의 통과는 시에라클럽을 통해야 한다」

시에라(Sierra)클럽은 100년의 역사와 60여만명의 회원을 가진 미국내 가장 영향력 있는 자연보호 시민단체.

실제로 야생동물보호법(64년) 하천오염방지법(72년) 청정대기법개정안(90년) 등 대다수의 자연보호관련법은 시에라클럽의 캠페인과 로비를 통해 탄생했다.

시에라클럽의 시작은 100여년전인 18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평양연안 시에라산맥 인근을 탐험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개발로 파괴돼 가는 요세미티 주립공원의 국립공원지정 요구 캠페인을 벌이면서 클럽을 만들었다.

초대회장 존 뮤어씨는 당시 클럽의 목적을 「지속적으로 자연을 즐기고 탐험할 수 있도록 일반국민과 정부의 협조를 구한다」로 정했다.

시에라클럽은 주나 연방정부를 상대로 한 압력행사에 능하다.

거리시위나 60여만명에 이르는 회원을 동원한 상·하원에 전화걸기·엽서보내기 등의 캠페인은 물론 의원들을 상대로 한 로비도 서슴지 않는다. 때로는 직접 환경관련법안을 청원하기도 한다.

시에라클럽은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활동 범위도 방대하다. 연간 예산규모가 4,500만달러(약 40억원). 예산은 주로 1년에 35달러씩 내는 회원들의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예산의 30%는 정책 캠페인이나 로비에 쓰이고, 일반시민교육과 회원서비스에 각각 20%가 사용된다. 매년 수행하는 전국규모의 프로그램만도 340건 이상.

또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잡지 「시에라」를 비롯 지금까지 발간한 단행본만 700여권에 이른다.

전세계 야생식물보존과 바다·대기의 오염방지 등 97년 시에라클럽의 중점사업이 보여주듯 이제는 지구환경으로 시선을 넓히고 있다.

인터넷 주소 http://www.sierraclub.org<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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