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옷의 매력은 거친 남성미와 미묘한 관능을 동시에 표출시키는 양면성에 있다. 현대에 사용되고있는 의류소재중 가장 긴 역사를 갖고있으면서도 늘 트렌디한 소재로 취급되는 것은 이 양면성이 만들어내는 카멜레온같은 이미지때문. 올 추동시즌 이 가죽옷이 최고 인기품목으로 부쩍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있다.◎여성복/색으로 입는다
올해 가죽옷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색상이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씨」디자인팀장 이지은씨는 『전형적인 가죽옷 색상이었던 검정이나 갈색보다는 빨강 자주색 잉크블루 노란색 초콜렛색 카키색 등 유색 가죽옷이 큰 인기를 얻고있다』고 말한다.
소재는 양가죽과 소가죽 돼지가죽 등에 오일풀업(Oil―pullup)가공을 한 이른바 「매직」소재가 압도적으로 많이 쓰인다. 오일풀업가공이란 오일코팅을 해 표면에 윤기가 흐르면서 손으로 가죽을 잡아당겼을때 연한 속살이 드러나는 효과를 낸 것. 와인색의 가죽재킷이라면 당겨지는 부분에 보다 연한 붉은색이, 카키색 옷이라면 밝은 녹색이 드러나는 식이다.
캐주얼브랜드들에서는 빈티지 느낌을 가미한 가죽옷들도 많이 나온다. 원피에 크랙(Crack·결이 튼 듯한 느낌)가공을 해서 낡은듯한 감각으로 입는것. 다양한 가죽옷중에서도 올해 유난히 인기를 끌고있는 것은 무릎길이에 허리가 살짝 들어가고 어깨와 소매가 좁게 처리된 70년대풍 코트류다. 앞여밈은 싱글형태로 만들고 허리에는 벨트를 단 것이 대부분. 「옴스크」 수석디자이너 송지오씨는 『활동적인 여성상을 강조하는 추세에 따라 장식성을 배제한 간결하고 착용이 쉬운 가죽코트가 인기』라고 설명한다.<이성희 기자>이성희>
◎남성복/젠더리스(Genderless)에 주목한다
가죽재킷과 7부길이 가죽코트류가 인기를 끄는 대신 남성적인 터프함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가죽점퍼는 시들하다. 「카루소」디자이너 장광효씨는 『여성성과 남성성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젠더리스룩의 영향으로 터프함보다는 고급스럽고 날렵한 분위기의 실루엣이 유행추세』라고 말한다.
가죽재킷은 양복재킷과 마찬가지로 허리선을 완만하게 넣고 단추를 하나만 달아 몸에 밀착되면서 V존을 길게 연출한 것이 가장 트렌디한 스타일이다. 코트류는 여성용과 거의 비슷하지만 보다 보수적인 느낌을 준 것들이 강세다. 물론 중장년층에서는 여전히 통으로 된 반코트류가 많이 나간다.
소재에 있어서 남성용 가죽옷들은 여성용에 비해 가죽의 질이 더 중시된다. 질좋은 양가죽이나 소가죽을 원피의 고급스런 느낌을 그대로 살려 재단하며 진한 와인색이나 미래주의적인 은회색이 간간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검정과 갈색이 단연 인기를 끌고있다.
남녀용 모두 올해 가죽옷의 특징은 안감에 솜이나 모직을 누벼 덧댄것이 많다는 점이다. 가죽옷의 보온성을 강화, 겨울내내 외투로 제구실을 하게한다는 장점이 있다.
▷가죽옷 이렇게 고르자◁
◆디자이너 송지오씨: 고가상품인만큼 몇년앞을 내다보고 구입하는 것이 요령이다. 장식이 없고 남성적인 분위기의 롱코트를 고르되 카키색을 권하고싶다. 지금은 짙은 와인색이 인기이지만 카키는 앞으로 상당히 오랫동안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색이다.
◆디자이너 장광효씨: 가죽은 천연소재라 절개선이 너무 많거나 몸에 지나치게 밀착되면 활동시 봉제선이 미어 터질 우려가 있으므로 피한다. 또 너무 부드러운 것은 그만큼 가죽을 얇게 떠 약하다는 증거이므로 좋지않다.
◆피혁의류 도매상 최준식씨: 가죽옷은 여러개의 가죽원단을 이어서 만드는 경우가 많으므로 앞과 뒤 몸판과 소매 등의 각 부위의 가죽면과 색이 일정하게 고른지 살펴본다. 소가죽의 경우 등가죽은 단단하고 광택도 좋지만 뱃가죽은 잔주름이 많고 약하다. 전체가 고르게 등가죽 부위로 만들어진 것이 상품.
▷가죽옷 멋있게 입기◁
올해 가죽의류는 최고 인기품목인 재킷과 7부 코트 외에도 발목까지 내려오는 롱코트, 바지, 미니스커트, 원피스, 블라우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출시되고있는 것이 특징. 덕분에 가죽옷 연출법도 한결 다채로워졌다.
1. 세련된 직장여성분위기로
유행품목인 7부 코트에 질 좋은 니트 스웨터와 무릎길이 치마를 매치시킨다. 스판소재 앵클부츠와 함께 연출하면 활동적이면서 세련돼 보인다.
2. 섹시하고 귀여운 느낌으로
레깅스와 미니스커트가 가장 좋은 파트너. 붉은 자주색 재킷이나 7부 코트에 레깅스나 가죽 미니스커트를 입는다. 스커트의 가죽은 스웨이드같이 광택없는 것이 야한 느낌없이 캐주얼하게 연출할 수 있어 좋다.
3. 성숙한 분위기로
깃부분에 모피를 덧댄 롱코트에 벨트를 묶고 롱부츠를 매치시키거나 폭이 좁은 검정 가죽바지에 진회색 니트를 입고 역시 검정이나 초콜렛색의 가죽반코트를 입는다. 장식이 없는 것이 무난하다.
4. 자유로운 분위기로
가죽옷은 그 자체가 매우 고급스러워보이는 품목. 따라서 안에 받쳐 입는 옷이 너무 정장풍이면 딱딱해보인다. 질 좋은 가죽재킷에는 셔츠나 정장 팬츠보다 스웨터와 낡은 청바지같이 캐주얼한 스타일을 매치시키면 분방한 젊음을 발산할 수 있다.
▷인조가죽◁
가죽옷이 인기이지만 비싼 가격때문에 엄두가 안나는 사람은 인조가죽에 주목하자. 최근 출시되고있는 인조가죽 제품들은 가공기술의 발달로 천연가죽과 거의 흡사한 질감을 자랑하면서 천연가죽의 절반값이면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천연가죽 제품은 브랜드 제품의 경우 보통 재킷 40∼50만원대, 코트류 70∼90만원대를 호가하지만 인조가죽 제품은 재킷은 20만원대, 코트류는 30만원대면 구입할 수 있다.
인조가죽은 나일론이나 폴리우레탄 원단 표면에 특수광택코팅을 하거나 뱀피무늬 등을 프린트코팅해서 가죽의 표면질감을 만들어낸 것이다. 또 인조스웨이드는 면이나 폴리에스테르의 표면을 긁어서 털이 일어나게 하는 방법을 사용해 만든다. 염색성이 좋아 다양한 색상을 즐길수있고 천연가죽보다 가벼워서 활동성에도 좋다. 단 인조가죽의 경우 보온성이 떨어져 가을 한철용인데다 옷끼리 비볐을때 정전기가 발생해 옷을 겹쳐입을때 불편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소가 재킷이 될때까지◁
소 한마리를 잡으면 재킷이 몇벌 나올까. 수치상으로는 1.5벌이다.
소 한마리 가죽으로 원단 60평(정확한 단위는 평방피트)이 나오는데 재킷 한 벌에 40평 정도가 들어간다. 그러나 고급 재킷은 소 등부위의 좋은 가죽만을 골라 쓰기 때문에 한 벌을 만들려면 여러마리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소가 재킷이 되기까지는 크게 세단계 과정을 거친다. 도살과 가죽 벗기기를 통한 원피생산, 가공을 통한 원단으로 변신, 디자인 봉제에 의한 옷의 완성이 그것이다.
좋은 가죽은 원피부터 좋아야 한다. 신오피혁의 이정용 과장은 『방목해서 키운 소는 가시덤불 돌같은 것에 치인 상처가 있는 반면 우사에서 사료를 먹고 자란 것은 잘 자라서 가죽이 크고 「피부」가 매끈해 고급품 대우를 받는다』고 일러준다. 암소보다는 숫소 가죽이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원피는 원단공장에서 「세수」를 해야 「본색」이 드러난다. 석회를 넣은 물에 열흘정도 담가놓으면 털이 벗겨지면서 가죽의 본 모습이 보이는 것. 게을러서 오물에 잘 주저앉던 소의 엉덩이에는 기생충이 문 자국이 구멍 뚫린 것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석회침을 한 원피는 다시 크롬과 황산 개미산 처리를 거친뒤 물기를 짜내고 등급을 나눈다. 이때 가죽의 용도에 따라 굵기를깎아내기도 한다. 선별한 가죽은 용도에 맞게 다시 크롬처리를 하고 염색과 지방추가, 건조와 다시 습기를 부여하는 조습 등의 과정을 거쳐 가죽원단으로 완성된다. 이후 가죽을 특징에 따라 사포질이나 코팅, 엠보싱 등을 한다.
한국피혁산업정보센터 현정룡씨는 대개 원피 1장(소 한마리)에 암소는 65달러, 숫소는 73달러를 내고 사오는데 완성된 가죽은 1평당 1달러 45센트∼3달러 20센트를 한다. 방수처리를 한 고급품 누벅류는 평당 3달러50센트까지도 한다. 결국 재킷 한벌의 재료값이 싸게는 58달러, 비싸게는 140달러나 하는 것.
원단은 의류업체에 팔려가 옷으로 변신한다. 그후 가격은 디자인에 따라 천차만별. 현씨는 『평범한 디자인이라면 대개 생산원가의 2.5배를, 고급은 3배를 판매가로 매긴다』고 들려준다. 이때 생산원가는 원단에 단추 지퍼 안감 등의 부자재비와 공임비를 포함하는 가격이다.<서화숙 기자>서화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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