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맞대응 부담 공개비난 자제/당내반응 보며 큰그림 그려갈듯김영삼 대통령은 22일 「탈당」을 요구한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의 초강수에 역시 지체없이 「거부」라는 강수로 맞대응을 했다. 정치적 충돌에서는 결코 밀리지 않으려는 특유의 오기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한보사태 이후 정치적 장악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김대통령이 이총재의 요구를 무조건 무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김대통령 스스로 주장해온 「3김정치 청산」을 대명분으로 내세운 이총재의 공격을 피하기에는 「92년 대선자금」의 부담이 적지 않다.
『여권 사상 유례없는 경선을 거쳐 선출된 후보의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라면 탈당 요구는 주저없이 수용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일부의 여론 또한 흘려 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과연 그동안 무슨 도움을 주었느냐』는 이총재측의 항의에 딱히 대답할 것도 마땅치 않은 처지이다.
청와대가 이날 『공명선거와 당적 보유는 별개』라는 원칙적 태도를 보일 뿐 이총재에 대한 공개적 비난을 자제하는 것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대통령이 김용태 비서실장 등을 통해 당장에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은 이총재를 둘러 싼 주변 여건을 면밀히 파악한 뒤의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란 관측이 있다.
김대통령은 지난 주부터 당내에서 본격적으로 일고 있는 「후보 교체론」의 배경과 파장 등에 대해 상세한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대통령은 이총재측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면건의 등에서 보인 일방적이고 조급한 선거전략 등에 대해서도 적지않은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통령은 이총재의 탈당 요구에 대한 당내의 반응을 충분히 지켜본 뒤 다음 행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총재가 최근 비주류 뿐 아니라 주류 일각으로부터도 불신을 받아 온 점을 고려, 이총재의 주적이 자신이 되는 환경을 피하려 할 것이다. 이미 일부 주류측조차 『이총재의 요구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고 나선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 보다 더 큰 변화를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
김대통령은 이총재가 끝내 결별을 고집할 경우 마다하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결별의 형태를 자신의 탈당으로 만들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앞으로의 사태 전개 방향은 김대통령이 어느 정도의 정치적 의지와 힘을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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