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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반도 다시 ‘분쟁회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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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반도 다시 ‘분쟁회오리’

입력
1997.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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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네그로 대선 개혁파 승리에 극우파 반발/‘발칸 맹주’ 밀로셰비치 위상 등 맞물려 혼미발칸반도가 또다시 시끄럽다. 19일 실시된 신유고연방의 몬테네그로공화국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패배한 극우파가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파 밀로 듀카노비치(35) 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패배한 모미르 불라토비치(41) 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20일 이에 불복, 시민항쟁에 나섰으며 이에 맞서 듀카노비치 지지자들도 시위에 나서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했다.

이달 5일 1차투표에서 불라토비치(47.4%)에게 0.7%포인트 뒤졌던 듀카노비치는 수도 포드고리카에서 강력한 지지를 얻어 19일 결선투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역전승했다.

신유고연방 실력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의 「충복」인 불라토비치의 진영은 『결선투표에서 2만여표가 도둑 맞았다』며 『부정선거 혐의가 완전히 지워질 때까지 승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불라토비치도 국영 라디오와의 회견에서 『내가 승리한 느낌이다』라고 말했으며 밀로셰비치의 부인 미르야나 마르코비치도 선거가 무효라고 가세했다. 그러나 대선을 감시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부정선거가 없었다고 확인했으며 미국과 프랑스도 듀카노비치의 대통령 당선을 환영했다.

60만명의 인구에 불과한 몬테네그로는 총인구 940만명의 신유고연방 상원의석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막강한 힘을 가졌다. 절반의 상원의석을 통해 밀로셰비치 연방대통령에 대한 탄핵권을 행사할 수 있고 그가 세르비아대통령 3선을 위해 추진중인 개헌을 저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불라토비치 진영은 불법선거라는 꼬투리를 잡아 대선결과에 불복하고 듀카노비치가 대통령에 오르는 것을 저지하고 나선 것이다. 보스니아 전범 체포와 관련, 서방으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는 밀로셰비치 연방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듀카노비치는 대선 유세에서 밀로셰비치를 「한물간 정객」이라고 비난하며 신유고연방의 간섭 배제와 몬테네그로의 독립을 주장, 밀로셰비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또 이달 5일의 세르비아 대선에서는 밀로셰비치의 충복인 조란 릴리치가 극우민족주의자인 보이슬라브 세셀리에게 패배한 바 있다. 유효득표율이 50%를 넘지 못해 대선은 12월 7일 다시 치러지겠지만 밀로셰비치에게는 큰 타격이었다.

대세르비아 민족주의를 내세워 발칸의 맹주역할을 해온 밀로셰비치가 이제 연방내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 양쪽에서 공격의 화살을 받게 됐다.<권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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