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대기오염 더이상 방관은 안돼/‘한중일 3국 협력’ 적극 나설 필요얼마전 인도네시아의 산불을 계기로 동남아 전역에서 시작된 연무사태는 무분별한 개발이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생생히 보여주었다. 성장우선의 경제개발, 밀림의 방화, 엘니뇨현상으로 인한 가뭄 등이 겹쳐 돌이킬 수 없는 생태계 훼손과 인명피해를 가져온 것이다. 동남아 연무사태는 또한 대기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한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국경을 넘어 주변국으로 확산된다는 사실도 가르쳐 주었다.
한반도에도 계절풍이 불면서 중국으로부터 아황산가스 등 산성비를 유발시키는 대기오염물질이 날아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성비는 삼림을 죽게 만들고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며 농작물과 인체에 피해를 주는 「죽음의 비」이다. 또한 봄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황사바람은 중국으로부터 인체에 피해를 주는 미세한 먼지와 함께 중금속까지 운반하고 있다.
얼마전 환경부는 올해 서울에 6월을 제외하고는 매월 산성비가 내렸으며 1월에는 삼림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기준치인 산도 4에 육박하는 pH 4.8의 강산성비가 내렸다고 발표하여 충격을 주었다. 95년 이래 거의 내리지 않던 산성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 것은 동북아지역의 산성비 원인물질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의 오염물질 배출량이 빠르게 증가해 동북아 지역의 환경파괴는 더욱 우려된다. 중국은 현재 일본의 16배에 해당하는 아황산가스를 배출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세계 아황산가스 배출량의 45%를 차지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중국의 환경오염을 방관만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한반도의 대기오염 문제는 중국과의 협력이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여기에 대한 구체적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과의 환경협력에 앞서서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할 사실은 중국이 현재 경제개발에 몰두해 있으며 환경보전에 마음이 있다고 해도 필요한 환경투자를 감당할 만한 경제력이 아직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이나 일본이 입는 대기오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중국을 상대로 피해보상을 청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즉 중국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이라고 해서 중국에게만 해결을 요구해서는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중국의 환경투자에 필요한 비용을 일부분 부담하면서까지 중국과의 환경협력에 나서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일정기간 중국에 기술 및 자금지원을 함으로써 환경투자를 활성화시키고 한국과 일본이 원활히 정보를 제공한다면 중국의 자발적인 환경투자는 가속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중국에 대한 환경지원이 대기개선 이외에도 통상관계 개선 등 외교적 이익을 부수적으로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에 비용이 아닌 투자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중국과의 환경협력에 있어서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 또 한가지는 한국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 역시 중국의 대기오염으로 매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데 중국으로부터 날아와 일본에 침적되는 아황산가스의 절대량은 한국에서보다 1.4배 이상 많으며 일본 서부 해안지역의 경우 총 아황산가스 침적량중 50%가 중국에서 이동하는 오염물질의 영향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은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와 함께 공조체계를 구축한다면 중국의 환경오염에 더욱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환경협력에 있어서 일본을 적이 아닌 경제력과 기술력을 가진 우호적 파트너로 인식하여야 하며 일본과도 역시 밀접한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
일본정부는 아직까지 한국과의 환경협력에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협력의 결과로 자신들의 비용부담만 더욱 커질것을 우려하고 있는듯 하다. 이러한 일본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려면 우리의 경제력에 상응하는 비용부담을 제시하는 길 밖에 없다. 우리 정부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의 의지를 확고히 밝히고 동북아에서 자신의 위치에 맞는 역할을 찾아 수행할 때 일본과 중국은 한국과의 협력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이다.
연무사태로 표현되는 동남아의 환경재앙은 동북아에게 적지않은 교훈을 주었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연무는 우리에게 오염물질이 대량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동북아에서 상호 협력만이 살 길이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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