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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이 총재 “모 아니면 도”/여 분당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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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이 총재 “모 아니면 도”/여 분당 위기

입력
1997.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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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도 예외없다” 최후의 일격/“3김청산” 홀로서기 여론이 변수이회창 신한국당 총재가 던진 「최후의 승부수」가 정국을 격동시키고 있다. 22일 당 명예총재인 김영삼 대통령의 당적포기를 요구, 3김정치 청산과 정치혁신을 외친 이총재의 기자회견은 YS와의 공개적인 결별선언이었다. 이총재는 3김정치를 부패정치로 등식화하며 이의 청산작업을 「역사적 과업」이자 「성전」이라고 밝혔다.

대선가도의 막바지 길목에서 이총재는 더이상 YS를 동지의 개념으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총재는 이날을 기점으로 전선을 DJP에서 YS까지로 확대한 셈이다. 성역없는 검찰수사를 촉구하면서 그 범주에 김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 의혹까지 포함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여권 전체가 요동친 것은 당연했다. 이총재는 성전이라고 했지만 당내 반이총재 세력이 보기엔 일종의 반란이기 때문이다. 이날 당무회의에서 서청원 신상우 의원 등 민주계 중진들은 이총재의 지도력 부재를 거론했다. 서의원은 이총재의 결별선언을 『버르장머리 없는 행동』이라고 격하했다. 이총재의 후보용퇴를 촉구하는 『살신성인 하라』는 말도 나왔다. 신한국당은 대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최대의 내분 사태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한동 대표, 김윤환 박찬종 김덕룡 선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는 사태수습을 위해 23일 이총재와의 회동을 예정하고 있지만 수습의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재의 신한국당 분위기는 분당이 기정사실화했으며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총재와 결별할 명분이 없어 주저하던 인사들에게 이총재는 오히려 떠날 명분을 제공해준 셈이기도 하다. 이총재의 이날 발표는 이대표 등 당지도부와 상의없이 나온 것이다. 「측근 7인방」의원들과의 심야토론 결과일 뿐이었다. 이총재는 3김청산과 부패구조 혁파를 내세우며 남은 대선기간에 자신과 함께 할 「신주체」의 형성을 도모하려는 것 같다. 경우에 따라서 정계개편의 시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않다. 이 과정에서 세의 이합집산이 누구를 중심으로, 어떤 형태로 귀착될지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DJP연합구도에 맞서기 위해 이총재는 물론이고 이인제 전 지사나 조순 민주당총재 역시 자기중심적 사고를 포기하지 않을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총재의 배수진은 여론이다. 이총재가 YS와의 결별을 선언한 가장 큰 이유도 지지여론의 회복에 있다. 부패구조타파를 위해 엄정한 사법권이 당장 발동돼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이 여론의 지지를 받을 경우 국면반전의 계기를 잡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이회창 승부수의 성패여부는 남은 두달동안의 여론동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총재의 「정치적 실험」은 여전히 안팎의 큰 저항에 부딪치고 있다. 이총재가 외치는 변화와 개혁의 논리가 어느 정도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해도 이총재 역시 저조한 지지도의 족쇄를 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총재는 3김정치와의 시대적 단절을 역설하고 있지만 이총재 또한 두아들의 병역문제에서 기인한 「정치적 허물」을 씻지 못하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이총재는 경선 이후 결과적으로 동지를 규합하기 보다는 적을 많이 만든 셈이 되었다. 따라서 11월 중순 이후까지도 여론흐름에 변동이 없을 경우 이총재가 어떤 선택을 할지 또한 다른 차원의 관심거리로 남게 되었다.<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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