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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간의무 선언’/김경동 서울대 교수·사회학(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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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간의무 선언’/김경동 서울대 교수·사회학(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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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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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마닐라에서는 「동서양의 인권문제:공통점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전문가회의가 열렸다. 거기에서 「세계 인권선언」을 보완하는 뜻으로 9월초 전직대통령, 총리 등 정부수반들의 협의체인 인터액션 카운슬(Interaction Council)이 제안한 「세계 인간의무 선언」의 초안을 토의했다.본래 인권선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신세계질서가 요구하는 국제적인 가치와 윤리의 기준을 제공하려는 서방선진국들의 의도를 배경에 깔고 있다. 1차적으로는 히틀러의 국수주의 독재나 스탈린의 전체주의와 같은 인권유린의 체제를 경계하는 우려와 함께 신생국들로 하여금 자유민주주의 이념이 요청하는 인권존중을 장려하려는 의욕을 담았었다. 역시 서양 계몽주의 철학을 뿌리로 하고 있는 자유주의 정치사상을 거의 여과없이 그대로 반영한 셈이다. 따라서 지난 반세기동안 상당한 노력 끝에 인류는 괄목할 만한 자유와 인권의 신장을 성취하였음에도 인권의 해석을 둘러싸고 동서양간에는 상당한 틈이 있을 뿐더러 아직도 갖가지 속박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지구 곳곳에 산재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간의 의무를 새삼 음미하도록 권장하려는 전세계의 정치, 종교지도자들과 학자들의 시도는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전지구적 변화의 심각성을 방치할 수만은 없다는 절박한 우려를 담고있다. 다시 말해서 개인이나 집단이나 국가가 각자의 자유와 권리의 신장을 추구함에 있어 다른 사람, 집단, 국가의 자유와 권리를 훼손하면서까지 지나치다 보면,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게 된다는데 착안한 것이다. 그러므로 자유와 책임의 균형을 이룩하는 과업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도덕적 자질로서 책임은 자유에 대한 자연적이고 자발적인 제약으로 작용한다. 인간사회에서는 무한의 자유란 불가능하며 내가 자유를 누리는 만큼 남에 대한 책임도 커지는 법이다. 그리고 우리의 책임감을 계발시킬수록 도덕적 인격을 강화하게 되므로 내면적인 자유는 더욱 신장시킬 수 있다.

더구나 인류가 여태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한 범위와 강도의 전지구화(Globalization)가 급속하게 진행함으로써 세계가 걷잡을 수 없이 변화하는 이때, 개인의 행동은 물론 기업과 정치인과 국가의 행위를 지도할 수 있는 전세계적인 윤리기준의 정립이 시급하다고 본 것이다. 그리하여 지난해부터 「인터액션 카운슬」은 두차례의 고위전문가회의를 거쳐 올해 가을에 비로소 세계 인간의무 또는 인간책임선언이라는 명목의 문건을 제정, 발표하고 이를 세계 인권선언발표 50주년이 되는 내년의 유엔총회에 상정하고자 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필자는 「인터액션 카운슬」의 자문교수로서 고위전문가회의에 참가하고 선언문 초안 작성에 간여했다. 따라서 오늘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남의 자유나 권리는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권리와 자유만을 찾으려 하고, 자신의 책임과 의무는 나몰라라 내팽개치는 안타까운 현실을 직시하고 한국에서도 정부와 민간단체들이 이 선언문을 익히고 국제적인 지지를 받도록하는 운동에 적극 나섰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아침을 열고 싶다.

제한된 지면에 그 내용을 소상하게 소개할 수는 없지만 「세계 인간의무 선언」의 요체는 이러하다. 우선 개인, 정치, 사회윤리의 근간으로서 너무나 잘 알려진 기본원리 두가지를 전제한다. 첫째,모든 인간은 사람다운 대우를 받아야 한다. 둘째,남이 나에게 해주지 말았으면 하는 일은 남에게도 하지 말라.

지금 우리사회는 대통령선거를 위한 준비로 과열돼 있다. 그 와중에 우리 국민은 우선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절실히 인식하고 유권자로서 책임을 다 할 의무가 막중하다. 과거처럼 관권선거는 어려워졌지만 아직도 돈을 탐내며 상업주의적인 매체의 유혹에 쉽게 말려드는 국민은 무책임한 유권자다.

아울러 올해 선거에서는 언론의 비중이 그 어느때보다도 대폭 커졌으므로 그에 따른 책임 또한 철저히 질 각오가 요구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선택하는 대표자가 과연 얼마나 책임의식에 투철한 지를 올바로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지금도 부정한 돈으로 유권자를 유혹하고, 말과 행동에 진실성이 없고, 약속을 존중하지 않고, 국민의 권리보다 자신의 권리만을 추구하는 그런 무책임함 사람은 결코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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