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의 작은 결실 '주민자치` 뿌리내린다/하왕십리·관악지역의 생활 협동 공동체 실현/광진구·일산 신도시의 아파트 시민 학교 등/‘살맛나는 마을 만들기’가 확산되고 있다「우리동네는 우리 손으로 만들자」
한 곳에 함께 사는 이들이 모여 지역개발, 환경, 교육, 복지 등 크고 작은 주민의 권리를 찾고 지역공동체를 이뤄 스스로의 삶에 주인이 되자는 「우리마을 만들기」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주민자치운동의 확산은 민주화로 인한 시민사회의 성숙과 시민의식의 변화를 배경으로 한다. 95년 시작된 지방자치제는 지역주민의 목소리가 커지게 된 가장 큰 배경이다. 또 70, 80년대 투쟁·반대·파괴가 수반됐던 학생운동에 대한 내부반성과 도시재개발 사업에 따른 빈민지역의 해체·재편은 주민자치운동의 근거가 되고 있다. 특히 철거반대투쟁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재개발지역에서 주민자치운동은 기존 빈민운동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민자치운동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하왕십리지역과 관악지역. 94년 지역활동가와 재개발지역 세입자들로 구성된 「주민협동공동체 실현을 위한 금호·행당·하왕지역기획단」은 협동공동체를 통한 주민공동체 실현을 추구하고 있다. 이들은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을 높이기 위해 하왕지역 「송학마을」에 생산·생활협동 공동체를 지향하는 주민 공동작업장과 마을구판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 자체적인 신용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기본 출자금을 마련,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 지역은 생활협동공동체 구성을 통한 지역자치 실현을 실험대가 되고 있다.
관악지역은 지역주민의 정치의식을 고양시켜 주민자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빈민운동가들과 철거지역 세입자들로 조직된 「관악주민 연대회의」는 95년 재개발과정에서 폭력사용금지와 강제철거금지, 세입자참여, 가이주단지보장을 요구하는 「재개발사업시 세입자보호에 관한 청원」을 구의회에 접수, 만장일치로 의결시켰다. 이는 공통의 이해를 갖는 주민의 광범위한 참여를 바탕으로 제도내 정치적 의사결정을 주민의 입장에 맞게 이끌어낸 모델로 알려져 있다.
주민자치운동은 광진구나 일산신도시 등 일반·임대아파트지역에서는 「자치아파트만들기」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참여민주주의 시민연대 「작은권리찾기 운동본부」특별위원회가 진행하고 있는 아파트시민학교는 졸업생들에 의해 연락모임이 구성되고 「좋은 아파트규약 만들기 세미나」 등 각종 자치모임으로 이어져 주민자치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 이 외에도 각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환경모임, 문화재보존모임, 자율방범활동 등은 주민자치운동의 단초가 되고 있다.
참여연대 장소영(30)간사는 『모두가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전원주택을 가질 수 없는 이상 도시에서도 정을 붙이고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주민자치운동은 다름 아닌 「살맛나는 우리마을 만들기」운동』이라고 말했다. 한국도시연구소의 이호(35) 책임연구원은 『주민자치운동의 성공은 주민 스스로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나오는 결집력으로 행정기관에 대한 견제와 협조를 이끌어 낼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김동국 기자>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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