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재 “비자금설 터진후 잠못들어” 토로/전날밤 박 부총재 긴급정보듣고 반신반의국민회의는 21일 검찰의 수사유보 발표가 있자 「사필귀정」이라며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검찰의 유보결정은 대선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는 분명한 의지의 표현으로 현명하고도 당연한 결정이라는 반응이다. 김대중 총재도 이날 소식을 전해듣고 『이번 결정은 검찰사상 획기적인 조치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의지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총재는 20일 밤 박정수 부총재가 전화를 걸어와 『검찰이 수사를 하지않을 것같다는 긴급정보를 입수했다』는 보고를 받고 반신반의했었다는 후문이다.
국민회의측은 검찰의 수사유보 결정을 사실상의 수사불가 입장으로 해석하면서 『신한국당의 폭로와 고발은 허위날조된 자료에 의한 것으로 처음부터 수사 또는 처벌대상이 되지 않음을 역으로 증명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율사출신의 박상천 원내총무는 『신한국당의 고발내용이 모두 조작된 것이란 사실이 검찰 수사연기 결정의 실질적 이유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민회의측 관계자들은 검찰결정에 청와대의 의중이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김영삼 대통령이 이번 결정을 사실상 주도한 것이라면 그 논리적 귀결이 이회창 신한국당총재의 낙마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다만 국민회의 관계자들은 현단계에서 김대통령의 개입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오히려 검찰의 중립성에 상처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가급적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임채정 정세분석실장은 『이번 결정을 검찰의 독자적인 결정으로 보고 싶다』면서 『청와대와 교감이 있었을 수도 있으나 김대통령이 주도적으로 검찰의 결정을 몰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박지원 총재특보도 『검찰결정의 배경에 대해 지금 단계에서 왈가왈부하고 싶지않다』며 김대통령과의 관련부분을 애써 언급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국민회의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검찰의 결정으로 신한국당 내에서 후보교체론이 확산될경우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국민회의는 현재의 다자대결 대선구도가 선거전까지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와관련 당내 일각에서는 이총재를 지나치게 몰아부치는 게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한편 김총재는 이날 중견언론인들과 만나 신한국당이 자신의 비자금설을 연일 폭로했을 당시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김총재는 지난 7일 비자금설이 터진날,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잠을 청하지 못한채 『그동안 잘나갔는데 이제 어렵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최근까지도 잠을 제대로 자지못했다고 말했다.<고태성 기자>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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