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한 지방도시에서는 바람길을 막는 건축물 신축도 규제한다는 TV 보도프로가 얼마 전 방영됐다. 바람이 불어가는 통로의 고층건물 신축을 막아 대기의 이동을 자연상태로 둔다는 이 도시에는 고층건물이 없고 건물들의 높이가 일정해 보기 좋았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에 관한 인식이 차츰 높아져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과천시 양재천 일부구간에 시공된 자연형 하천공법이 큰 효과를 거두었다. 콘크리트 호안을 돌 통나무 등으로 바꾸고 갈대 갯버들같은 수생식물을 심었더니 하천의 자정력이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12월부터 불과 3백m 구간을 실험삼아 이 공법으로 시공하자 수초들이 살아나고 버들치 납자루 등 자취를 감추었던 물고기가 돌아왔다. 해오라기 같은 물새들이 되돌아온 모습도 사진으로 보도됐다. 수원시가 이런 자연공법으로 수원천의 생태계를 되살리겠다는 10개년 계획을 시행중인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경기도는 생태계 파괴가 불을 보듯 뻔한 남한강 종합개발사업을 고집하고 있어 말썽이다. 서울의 한강처럼 직강화와 수중보 공사로 물의 흐름을 조절하고, 콘크리트로 호안시설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거기다 자연적인 정화조 역할을 하던 둔치마저 강변공원으로 바뀌면 한강의 생태계는 크게 변할 것이다. ◆바람길까지 보호하는 수준높은 행정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급기관들이 친환경 마인드로 바뀌어가는 마당에 반환경적 사업을 고집하는 발상은 어찌된 것인가. 생태계 변화도 큰일이지만 수도권 식수원인 팔당호 오염이 더 걱정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