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팩스반응 접수 46대 6으로 찬성 많아/박 중수부장 “나도 아침에야 유보지시받아”21일 검찰의 「DJ비자금 수사 유보」결정은 12분만에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김태정 검찰총장의 결단에 대해 검찰내부에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일대 사건』이라며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이번 결정이 한보사건 등으로 실추됐던 검찰에 대한 국민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이 우세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의지를 천명한 결정』이라며 『정치권내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검찰로서는 용단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소장검사는 『어떤 답안을 내놓더라도 검찰이 불화살을 맞을 상황이었다』며 『검찰조직 보호차원에서 보면 당연한 처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검사들은 『혐의가 있으면 수사를 하는 것이 검찰의 직무』라며 『수사유보도 정치적 오해를 받을 상황이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비판했다. 특히 김총장이 호남출신인 점을 들어 신한국당 등의 정치공세에 재차 휘말려 들 것을 우려했다.
○…검찰은 「수사 유보」발표후 국민들의 반응에 몹시 신경이 쓰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회견직후 1시간동안 총장실에 수신된 팩스내용이 46대 6으로 「찬성」이 많고 추락을 거듭하던 주가가 반등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김총장의 결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20일 전국고검장회의에서는 수사여부를 놓고 난상토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선 『고발이 들어온 이상 여야의 정치자금을 모두 신속히 처리해 구시대의 관행을 청산하자』는 강경론과 『대선전에 수사도 마치지 못할 텐데 「야당탄압」, 「정치권 도구」 등의 비난만 뒤집어 쓸 것』이라는 비판론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회의는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쪽으로 결말이 났다는 후문이다.
○…박순용 중수부장은 이날 『아침 8시50분 총장 집무실에서 수사유보 지시를 받았다』며 『고뇌에 찬 외로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박중수부장은 전날 『고발이 들어온 이상 수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책임은 검찰의 몫이 아니다』고 말했던데 대해 기자들이 『결정을 하루만에 번복한 것이냐』고 묻자 『법절차에 따라 수사한다는 원칙론을 말한 것이다. 그 말에는 수사시점을 정하는 문제도 포함돼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애써 해명했다.
박중수부장은 또 김총장의 회견내용중 「과거의 정치자금에 대해 정치권 대부분이 자유로울 수 없다고 판단된다」는 말이 검찰의 정치자금에 대한 사전 인지를 뜻하는지 묻자 『모든 정치인을 포괄한 것』이라고 나름대로 해답을 제시했다.
그러나 「15대 대선후」라는 수사유보 시점이 정확히 언제인지에 대해서는 『지켜보자』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이태규 기자>이태규>
□김 검찰총장 발표문 전문
검찰은 신한국당의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에 대한 고발사건 및 이와관련된 수사에 있어서 다음과 같이 방침을 결정하였다. 검찰은 이 수사를 15대 대선 후로 유보한다. 그 이유는 과거의 정치자금에 대하여 정치권 대부분이 자유스러울 수 없다고 판단되는 터에 이 사건을 수사할 경우 대선을 불과 2개월 앞둔 시점에서 극심한 국론분열, 경제회생의 어려움과 국가전체의 대혼란이 분명하다고 보여지고, 뿐만 아니라 수사기술상 대선 전에 수사를 완결하기도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한편 검찰은 이번 15대 대선을 돈 안드는 깨끗한 선거, 일류국가로 도약함에 부족함이 없는 공명 선거풍토 조성과 선진선거문화 정착을 위하여 진력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15대 대선후 이번 대선이 조금도 선거풍토를 개선한 바 없고 구태의연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고 국민공감대가 모아질 때에는 즉시 수사에 착수할 것이다. 이 경우에는 어떠한 여건이나 상황을 고려함이 없이 철저히 수사할 것이며 수사대상은 과거 정치자금은 물론, 15대 대선의 당선자 및 전 대선후보자의 정치자금 모두가 포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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