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제위기대처 능력이 정계·경제계 등으로부터 심각한 불신을 사고 있다. 증시가 또 다시 곤두박질쳤다. 증시가 정부에 대한 불신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그런가 하면 여야당 등 정치권은 하나같이 강경식 경제부총리의 시장경제적인 위기대처방식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심지어 김대중 국민회의총재 겸 대통령후보는 그의 사임까지 요구했다. 한 마디로 강부총리는 사면초가라 하겠다. 우리는 그가 사임한다고 해서 경제난국이 풀릴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앞이 극히 불투명한 위기의 와중에서 경제팀장을 바꾼다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 가능성이 짙다. 그것보다는 현 경제팀의 위기대처 방식을 보다 현실에 맞게 수정토록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현 경제팀의 시장경제논리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현실적인 여건을 크게 감안하지 않고 「시장경제」를 내세워 대기업의 연쇄부도사태 등에 신속히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를 기피해 온데 있다. 또한 불개입을 주장하면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실질적으로 개입, 일관성을 상실함으로써 사태를 악화시켜 놓았다. 현 경제위기의 기폭제인 기아사태가 아직도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미궁에 빠져 있는데에는 정부의 이러한 자세에 적지않은 책임이 있다.
현 경제난국은 근본적으로는 우리 경제가 급속히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데다가 일본 엔화의 약세로 인한 대일경쟁력의 약화, 반도체 등 우리나라 수출주종상품의 불황 등 국제경제 및 무역환경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결과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불황과 경제구조조정문제를 함께 안고 있는 것이다. 대책도 단순한 불황대책으로는 불충분하다. 구조조정문제를 함께 다루어야 한다. 21세기의 국제적인 개방경제체제에 대비해서는 구조조정에 역점을 둬야 한다. 시장경제논리가 강조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는 논리가 정책수립의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히 우리처럼 경제체제가 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넘어가는 과도기에는 개혁 및 변화의 폭과 속도를 안팎의 여건에 맞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경제팀으로서 시급한 것은 위기타개능력을 조속히 가시화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19일 발표한 은행부실채권정리방안은 좋은 수단의 하나다. 우선 사업 첫해인 올해 한은자금 2조원 등 3조5,000억원의 부실채권기금을 조성, 성업공사를 확대개편하여 부실채권정리사업에 나서도록 한 것은 뒤늦은 감이 있으나 적절한 조처라 하겠다. 그러나 사업범위를 기존의 은행부실채권에 한정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종금사 등 제2금융권이 배제된 것은 문제다. 또한 기아 등 기존부도재벌그룹의 금융채무가 약 20조원을 상회하는데 이것도 역시 정리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제2금융권과 도산재벌의 부실채권이 발등의 불이다. 정부는 이 발등의 불에 대해서도 서둘러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어떻든 시급한 것은 정부의 신뢰회복이다. 이를 위해서 가시적인 조처를 서둘러 내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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