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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망명 ML특급투수 에르난데스(뉴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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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망명 ML특급투수 에르난데스(뉴스메이커)

입력
1997.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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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찌든 쿠바의 새 영웅「쿠바의 영웅은 체 게바라가 아니라 미 메이저리그 프로야구 선수」

쿠바 정부는 17일 혁명영웅 체 게바라의 장례식을 성대히 치렀지만 국민 마음속의 영웅은 지금 미 메이저리그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활약중인 쿠바출신의 신인투수 리반 에르난데스(22)이다. 19일 마이애미에서 벌어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서 미 프로경력 2년에 불과한 햇병아리 투수 리반은 선발로 등판, 소속팀에 월드시리즈 첫승을 선사했다. 월드시리즈 진출을 위한 플레이오프에서도 그는 메이저리그 최강팀으로 군림하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상대로 15타자를 삼진처리하는 등 발군의 실력을 과시했다. 플레이오프전적 4승2패로 브레이브스를 물리친뒤 그는 브레이브스의 두 거물투수와의 맞대결을 승리로 이끈 팀내 유일한 투수로서, 또 4승중 2승을 혼자 거둔 수훈으로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뽑히기도 했다.

빈곤과 독재에 찌들어있는 쿠바국민에게는 야구를 통해 민족의 자존심을 한껏 높여준 리반이 구시대 혁명운운하는 체 게바라보다 훨씬 소중하고 실감나는 존재로 다가온 것이다. 마이애미에서 운전사로 일하는 쿠바인 로만 가르시아(46)는 『리반은 쿠바야구의 진수를 보여줬고 쿠바선수가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 얼마나 잘 해낼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고 말했다. 리반의 형 올란도 에르난데스(28)는 『우리는 60년대 혁명가 체 게바라를 묻었지만 집에서, 해변가에서, 버스안과 술집에서는 리반을 얘기한다』고 했다.

그러나 민심을 엉뚱한 곳으로 돌려놓은 리반은 가뜩이나 미국과의 관계가 최악인 쿠바정부에는 마뜩찮은 존재다. 91년부터 쿠바선수의 미국진출이 시작됐지만 리반은 망명이란 방법으로 미국땅을 밟았고, 그래서 쿠바정부는 대표선수까지 지낸 그가 자신을 키워준 피델 카스트로 정권을 배신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올란도는 현재 동생이 망명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역시 쿠바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중이던 올란도는 동생의 망명이후인 지난해 대표팀에서 축출됐다. 동생의 망명을 주선한 중개인을 은밀히 만났다는게 이유였다. 올란도는 그러나 『한달급료로 8달러를 주는 정신병원에서 일하고 있지만 동생이 수백만달러를 연봉으로 받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한달에 채 20달러를 못버는 쿠바대표선수에게 리반은 혁명의 배신자가 아니라 동경과 선망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 또 리반은 독재와 사회주의로 찌든 쿠바 국민에게 정치적 청량제가 되고 있다.<황유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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