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V도 귀신붙었나언제부터 귀신과 영혼이 이처럼 우리와 친숙해졌을까. 「전설의 고향」처럼 고전물이나 일부 코미디물에서만 용인되던 귀신과 영혼. 올초부터 「다큐멘터리 이야기속으로」 「토요 미스테리극장」 등 다큐 형식을 빌린 몇몇 오락물을 통해 우리곁에 다가서더니 급기야 가족의 일상사를 그린 현대물 드라마에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출현」했다.
18, 19일 케이블TV 오락채널 HBS(채널 19)를 통해 첫방송된 50부작 드라마 「사랑하니까」(연출 박철·SBS 27, 28일 첫방영). 「흥행보증수표」 김수현씨가 집필, 방송전부터 화제가 됐던 이 드라마에 모녀 귀신이 나왔다. 주인공 어수선(장용)의 장모인 나문희, 부인인 배종옥이 귀신으로 출연, 「산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사사건건 간섭하고 나선 것이다.
『「누군가 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삶을 올바르게 살라」는 의미에서 영혼을 출현시킨 것』이라는 PD의 말을 곰곰 되새겨봐도 이 드라마는 충격적이다. 두 모녀 귀신이 벽을 뚫고 등장, 식탁에 걸터앉아 「사위 욕」「남편 두둔」에 말싸움을 벌이고, 남편이 잠을 자려 하자 「배종옥 귀신」이 손을 슬쩍 휘저어 이불을 덮어줬다.
이어 사위가 잠이 든 사이 전화벨이 울리자 「나문희 귀신」은 눈을 깜빡거려 수화기를 내려놓기까지 했다. 물론 잠이 깬 장용이 나중에 전화를 받음으로써 작품 전개에 별 영향을 주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시청자가 귀신의 존재를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끔 드라마가 「강요」했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설명할 수 없는 일」과 「알 수 없는 일」을 귀신과 영혼의 행동으로 해석하는 것은 물론 작가의 자유이다. 이 귀신의 존재와 행동거지를 심각하게 또는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 또한 시청자의 몫이다. 하지만 곧 지상파 방송을 통해 전국에 방송될 드라마에서까지 영혼을 떠돌게 한 것은 아무래도 심했다는 생각이다.<김관명 기자>김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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