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백약이 무효” 금융공황 우려/주가폭락·환율폭등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백약이 무효” 금융공황 우려/주가폭락·환율폭등

입력
1997.10.21 00:00
0 0

◎외국인들이어 개인도 주식투매/“환율 버티기 한계” 위기감 확산금융시장이 준공황상태로 치닫고 있다. 주가와 원화가치가 동반폭락하고 있는 현재의 시장상황은 「한국판 멕시코·동남아 외환위기」의 우려감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가장 충격적 사실은 당정이 고심끝에 증시부양책을 내놓은 바로 다음날 주가가 19포인트이상 빠졌다는 점이다.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신감과 실망감이 얼마나 높은지를 반증하는 대목이다.

특히 주가하락속에서도 순매수를 유지하며 증시의 버팀목역할을 해왔던 개인투자자들조차 『이제는 희망이 없다』며 투매에 나서 20일 이달들어 처음으로 1백63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선물시장 역시 하한가에 「떨이」처분하려는 물량이 2천4백71계약으로 사상 최고치에 달하는 등 투자자들의 증시이탈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동서증권 송태승 투자정보분석실장은 『개인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선 것은 증시의 마지노선이 붕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증시를 옥죄고 있는 외부악재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폭락세는 물론 증시가 공동화할 우려도 높다』고 지적했다.

더욱 걱정스러운 점은 주가와 환율이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외환당국의 강력한 환율저지속에 주가폭락은 외환위기로 전파되지는 않았었다.

주가폭락(주식시장)과 환율폭등(외환시장)을 연결하는 접점은 외국인투자자들의 주식투매다. 증시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은 주식을 투매하기 시작했고 투자자금으로 달러를 매집, 결국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이날 하루만도 9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는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시장탈출을 알리는 불길한 전주곡이다.

한 외환딜러는 『멕시코 외환위기도, 동남아 외환위기도 모두 주가폭락으로부터 시작해 환율폭등으로 이어졌다』고 주가폭락·환율폭등의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감을 표시했다.

전문가들은 20일 심리적 저지선인 「1달러=9백15원」의 붕괴, 그것도 9백24원까지 수직상승한 것에 대해 상당한 걱정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시중은행 외환관계자는 『정부가 그동안 9백15원 사수에 엄청난 공을 들여온 점을 생각하면 이 마지노선의 붕괴는 당국이 환투기세력의 공세에 손을 든 것 아니냐는 인식이 외환시장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3백억달러선. 마지노선을 무너뜨린 뒤 더욱 거세질 환율상승압력을 과연 이 정도의 「실탄」으로 얼마나 중화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만약 버티지 못한다면 핫머니의 공략에 노출될 수 밖에 없고 이는 다름아닌 멕시코·동남아의 외환위기이다. 이날 환율폭등으로 환투기 시장인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도 원화선물환 가격은 1년물이 달러러당 1천1백원, 3개월물도 1천원을 넘어섰다.

최연종 한은부총재는 『전반적 외환수급은 괜찮은 편이다. 외환시장안정은 주가와 외국인투자자들의 동향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의 주가는 웬만한 정부대책으론 해결되기 어렵다는 사실이 지난 두차례의 부양책을 통해 입증됐다. 『기아사태의 조기해결만이 유일한 증시부양책이자 멕시코·동남아 외환위기 예방책』이란게 그동안 실기를 거듭해온 정부에 대한 투자자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문이다.<김동영·이성철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