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벌겋게 취해 핸들 잡아/단속 형식적 대형사고 불보듯/심야엔 공공연히 윤락행위도【옥천=박일근 기자】 술 취한 차들이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간이정류장 주변의 식당이나 포장마차에서 대낮부터 벌겋게 취한 운전자들이 거침없이 차에 올라 무서운 속도로 차를 몰아댄다. 고속도로에서의 음주운전은 대형인명사고로 이어지는데도 단속이나 제지의 손길은 어느 곳에도 없다.
19일 하오 3시 충북 옥천군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 뒤편. 휴게소건물 사이의 계단 5m아래 강변에 15곳이나 되는 노점과 포장마차들이 자리잡고 있다.
홍합 소라 나물 과일 등을 함께 파는 노점의 30여개 테이블은 대낮인데도 운전자들로 거의 들어차 있고 소주병과 맥주병이 즐비하게 널려있다. 벌써 소주 2병째를 주문하는 운전자도 있다. 어둠이 깔리면 이곳은 불야성을 이룬다. 걸음걸이가 완연히 풀려보이는 운전자가 힘겹게 계단을 올라와 거리낌없이 차에 오르는 모습도 눈에 띈다. 관할 옥천경찰서에서 휴게소순찰을 돌고 있으나 이곳 「포장마차촌」을 출입하는 운전자는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는다.
한 노점상은 『손님 중에는 화물트럭 운전사도 많지만 요즘에는 소문이 퍼진 탓인지 승용차 운전자들이 더 많다』며 『하루에 소주 한 박스이상은 나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점주인은 『경찰과 군청에서 가끔 단속을 나오기는 하지만 형식에 불과하고 더구나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모습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휴게소와 이어진 포장마차는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에도 있다. 「개구멍 할머니집」으로 유명한 이곳은 주로 화물트럭 운전사들이 이용한다. 주인 김모(62·여)씨는 『기사들이 피곤하다며 술을 달라고 하면 안 줄 도리가 있느냐』며 『화물운송회사 직원식당에서도 술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간이정류장 주변도 일부 운전자에겐 「간이 술집촌」이나 다름없다. 경부고속도로 외가천정류장의 Y기사식당, 원곡정류장의 Y·K·G식당, 성남정류장의 S고속식당, 동이정류장의 D식당 등이 알려진 곳들이다. 간이 정류장 주변의 식당들은 주로 방음벽 뒤에 가려있거나 샛길이나 구멍을 통해야 하므로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심지어 일부 간이정류장에서는 심야윤락행위까지 공공연히 이루어진다. 인근 티켓다방의 여종업원 등이 나와 정차한 트럭에 접근, 거래를 한 뒤 운전석에 오른다. 화물트럭 운전경력 8년이라는 박모(35)씨는 『우리끼리는 어느 곳으로 가야 술을 마실 수 있는지, 여자를 부를 수 있는지 뻔히 알고 있다』며 『솔직히 피곤한 상태에서 술을 마시고 「관계」까지 가진 뒤에는 제대로 핸들을 잡기 힘들다』고 털어 놓았다.
이같은 불법주류 판매업소들 때문에 고속도로 음주운전사고는 지난해 1월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주류판매가 금지된 뒤 오히려 더욱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고속도로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모두 1백51건으로, 95년(1백21건)과 94년(1백40건)의 1년 발생건수를 이미 넘어섰다. 이들 사고 대부분이 참혹한 인명사고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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