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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고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데…

입력
1997.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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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광고 베끼기 만연… 대학공모전 표절까지국내 광고업계가 「베끼기」로 멍들고 있다. 창작을 기본으로 삼는 광고업계가 아이디어 도용, 외국광고 모방시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 광고의 70%가 표절 모방 패러디 등 외국광고나 저작물의 아이디어를 가져다 쓴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심하게는 한 광고대행사 광고의 90%는 외국광고를 베꼈다는 말까지 들린다. 몇년 사이 드문드문 거론되기 시작한 국내광고의 표절문제가 이제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들끓고 있다.

소문을 사실로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한국광고단체연합회가 선정한 대한민국광고대상 대상작에 대해 일부 업체가 표절혐의가 있는 작품이라는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또 한 광고대행사의 대학생 광고공모전 대상선정작이 시상 직전에 표절로 밝혀져 수상 취소되는 일도 벌어졌다.

한국광고단체연합회(광단련)는 최근 「97 대한민국광고대상」 대상작으로 대우자동차판매의 「레간자」 1탄 개구리편을 뽑았다. 바코드를 이용한 기발한 크리에이티브로 눈길을 끌었던 이 광고는 수년 전 남미쪽에서 제작된 코카콜라 광고수법를 닮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이 있었다. 막상 이 광고가 광고상 수상작으로까지 선정되자 업계에서 광단련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고 광단련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여는 등 소동을 벌였다.

표절 때문에 광고상 선정작이 수상 취소되는 일은 올해 초에도 있었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의 피닉스보험광고 「나 죽고 억만금 주면 뭐해」편은 2월 한국광고연구원이 크리에이티브가 뛰어난 광고에 매달 주는 「베스트애드」 잡지부문 본상작으로 선정되었다가 시상이 취소되었다. 한국광고연구원은 경찰관이 눈길을 뒤로 돌리고 있는데 퇴근길의 남자가 『나 죽고 억만금 주면 뭐해』하고 중얼거리는 이 광고가 영국 우체국 방송광고와 화면이 거의 같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드러나게 문제광고가 되지는 않지만 표절 시비가 붙는 광고도 부쩍 늘고 있다. 특히 같은 업종의 외국광고와 비슷하다는 논란으로 PC통신에서 광고인끼리 논쟁이 붙는가 하면 다른 업종의 외국광고에서 아이디어를 가져다 쓰는 광고에 대한 모방 논란도 셀 수 없을 정도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패러디니 아이디어를 참고했다느니 하는 식으로 둘러대는 국내 광고제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광고를 원작으로 생각되는 외국광고의 제작자들에게 떳떳히 보여줄 자신이 있는지 자성해야 한다』며 『특히 같은 업종의 외국광고를 갖다 쓰는 것은 몰염치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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