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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완치될 수 있다/CT·MRI·PET촬영으로 조기진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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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완치될 수 있다/CT·MRI·PET촬영으로 조기진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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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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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유도장치이용 등 수술기법의 발전/면역화학법 등 보조치료법 개선으로 양성종양의 경우 완치율이 90%에 이른다뇌종양은 이제 더이상 불치의 병이 아니다. 최근 의술의 발달로 신경외과 의사들이 신의 영역으로 알려진 뇌관련 수술에서 잇달아 개가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명문 의대를 졸업한 정형외과 전문의 K박사. 3년 전 오른쪽 귀가 잘 안들려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았으나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2년 후 시력도 점점 나빠져 대학병원 안과를 찾았지만 역시 원인을 발견하지 못해 6개월을 허송했다. 급기야 걸음걸이까지 술취한 사람같이 흔들리자 병원문을 닫고 필자를 찾아왔다. 직경 5㎝의 거대한 뇌종양이 원인이었다.

수술로 제거했지만 잃어버린 시력과 청력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 환자는 3년 전 이비인후과 진찰시 뇌단층촬영을 했더라면 간단한 수술이나 감마선을 쪼여 후유증없이 제거할 수 있었을 것이다. 1년 전 안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안타까운 예는 얼마든지 있다. 의사의 꿈을 키우다 실명, 맹인 안마사가 된 K모(당시 18세)양. 전교수석을 도맡던 그는 고3 초부터 시력이 떨어져 여러 곳에서 안과 검사와 치료를 받다가 결국 시력을 상실한 6개월 후에야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고 생명은 구했으나 시력회복은 불가능해 진학을 포기하고 안마 기술을 배우게 됐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뇌종양 환자 10명중 4∼5명은 발병초기 다른 질환으로 착각, 엉뚱한 검사와 치료를 받다가 시기를 놓치고 만다. 수많은 질병 중 뇌종양만큼 증상이 다양한 것도 없다. 이는 뇌종양 자체의 크기나 종류보다 종양이 발생한 부위가 어디냐에 따라 병의 증상이 판이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뇌는 인체의 정신적, 육체적 활동을 지배하고 총괄하는 중심기관이기 때문에 종양 발생부위가 어떤 기능을 담당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초기증상은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면 호르몬분비를 담당하는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겨 부신피질호르몬을 과잉분비하면 고혈압이나 비만증이 나타난다. 이 경우 한동안 내과나 소아과에서 엉뚱한 치료를 받게 된다. 종양은 직경 4∼5㎜의 아주 작은 경우가 많아 특수촬영이 아니면 발견하기 힘들다.

얼굴에 수염이 나면서 체중이 30㎏이나 불어난 중년여성이 3년동안 병원을 전전하다 원인을 못찾자 두차례나 비관자살을 시도한 끝에 정신과병원을 거쳐 찾아왔다. 환자는 코를 통한 간단한 수술로 미세한 뇌하수체종양을 제거한 뒤 3개월만에 옛날의 건강한 모습을 회복했다.

뇌종양 환자가 유독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다 종양이 커진 뒤에야 신경외과를 찾는 것은 증상이 이렇게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 진단기술의 획기적인 발달로 조기진단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수술 전 종양의 위치, 크기, 주변상황, 악성도 등을 정확히 알 수 있어 수술의 정확도도 높아졌다. 영상유도장치 등 첨단장비를 이용한 마취 및 수술기법 또한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다. 방사선치료, 감마나이프 등을 이용한 방사선수술, 면역화학 치료법 등 수술 후 보조치료법이 개선됨으로써 전체 뇌종양의 50%는 완치가 가능하다.

물론 병리조직상 양성이냐 악성이냐에 따라 예후는 크게 다르다. 그러나 「뇌종양은 불치의 병」 또는 「뇌종양 진단은 곧 사망선고」라는 개념은 이제 고쳐져야 한다.

전체 뇌종양의 절반 가량은 양성이고 나머지 반은 악성(전이성 뇌암 포함)이다. 병원의 시설과 의사의 경험, 수술기술에 따라 생존율은 차이가 나지만 양성인 경우는 제거가 용이하며 완치율이 80∼90%에 이른다. 악성(뇌교종이 가장 많음)은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는 주변 부위까지 퍼져있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치료성적이 별 차이가 없다(평균여명 1∼3년). 그러나 앞으로 10년내에 유전자 치료법이 결실을 보면 악성 뇌종양도 완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양성이라고 모두 치료가 녹녹한 것은 아니다. 인체의 다른 부위에 발생한 양성종양은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으나 뇌에 생긴 양성종양은 발생위치, 진단시기에 따라 치명적일 수 있다. 뇌조직안에 발생한 종양은 뇌의 주변을 싸고 있는 뇌막이나 뇌신경, 뇌하수체 등에서 발생한 경우보다 예후가 좋지 않다. 또 뇌교종같이 조직검사상으로는 양성이라도 병의 진행은 악성의 단계를 밟는 것도 있다. 종양주변 뇌조직에 심한 부종이 동반되거나 뇌척수액 순환이 막히면 갑자기 사망하기도 한다.

최근 뇌종양 치료기법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혹자는 너무나 기계화한 수술기법으로 인해 인간적인 면이 상실될 것을 우려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는 의사가 진단, 치료에 뺏겼던 많은 시간을 환자와 함께 보내며 상호신뢰를 두텁게 하고 인간적인 관계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진정한 의사」란 병만을 보지 않고 환자 전체를 보며, 질병만을 치료하기 보다는 환자의 병들고 상처받은 마음까지 치료해야 하기 때문이다.<정희원 서울대 의대 교수·대한두개저외과학회 차기회장>

◎뇌종양 치료의 첨단기법

최근 개발돼 사용중이거나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뇌종양 치료의 첨단기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영상유도 뇌수술(뇌내항해기법)

인공위성으로 선박의 항해위치를 정확히 측정하듯 환자의 방사선 영상을 미리 컴퓨터에 입력해 둠으로써 수술 중 환자의 아픈 부위를 알려주는 기법. 뇌수술은 좁은 시야를 통해 이뤄져 시술자가 수술부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데, 이 기법의 등장으로 종양 발생부위를 곧바로 알 수 있어 안전하고 신속한 수술이 가능해 졌다.

■내시경 뇌수술

일부 분야에서 사용되는 내시경이 더욱 광범위하게 이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대부분 곧은 내시경이 이용되나 앞으로는 자유롭게 구부릴 수 있는 기구가 등장, 뇌처럼 정상적으로는 도달하기 힘든 부위에 대한 수술에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로봇 뇌수술과 원격 뇌수술

로봇이 신경외과 의사의 일을 도와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로봇이 미세수술을 대신할 수는 없으나, 의사가 수술기구를 잡고 있는 로봇의 팔을 조작할 가능성은 있다. 앞으로 설치될 초고속통신망을 이용하면 원격수술도 가능하다. 유명한 신경외과 의사는 하루에도 지구촌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그 솜씨를 뽐낼 수 있을지 모른다. 미국 존스 홉킨스 병원은 최근 원격수술을 처음 시도, 성공을 거두었다.

■감마나이프

201개의 코발트(Co-60) 감마선을 종양부위에 집중적으로 쪼여 종양을 치료한다. 치료대상은 크기 3∼4㎝미만의 전이성 뇌종양, 청신경종양, 뇌하수체종양, 수막종, 두개인두종 등이다. 기존 뇌수술과는 달리 피부를 절개하지 않아 수혈이나 전신마취가 필요없다. 또 치료 다음날 퇴원해 바로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전에는 수술하기 어려웠던 뇌심부나 위험부위의 종양도 치료할 수 있다. 90%의 높은 치료 성공률을 보이고 있어 그 적용대상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현재 국내 4개 병원에 설치돼 있다.

■분자적 뇌수술 및 유전자치료법

침윤성 종양이 대뇌부위를 점유하고 있을 경우 아무리 정확한 영상유도장치를 이용해도 정상조직의 손상없이 종양을 완전 절제하기는 불가능하다. 이 경우 종양세포에만 선택적으로 독성을 발휘하는 물질 등을 주입하는 분자적 외과수술 또는 유전자치료법이 개발되면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재건성 뇌수술과 뇌이식

그동안 병변부위를 제거하는 파괴적 수술이 주를 이뤘으나, 손상된 뇌부위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인자를 다량 합성할 수 있다면 아마도 재건성 신경외과 수술의 최종 목표는 뇌이식이 되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물론 전체적인 대뇌 이식은 현실적인 면에서 성공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고 윤리적, 종교적 문제도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뇌손상 등으로 기능이 떨어진 부위에 대한 제한적인 이식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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