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총체적 위기다. 수렁에 점점 더 빨려 들어가고 있다. 물가, 성장, 고용, 국제수지 등 경제적기본여건(Fundamentals)이 그런대로 양호하거나 호전, 우리 경제가 위기상황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으나 증시의 붕락증세, 재벌그룹 등 대기업의 부도행진, 금융기관의 집단부실화, 금융시장의 동맥경화현상 등은 우리 경제의 심각한 위기국면을 드러내는 것이다. 추락증시가 상징하는 경제위기는 대통령의 레임 덕(권력누수)현상과 대선정국의 비자금파동 등 정치불안도 적지않게 기여하고 있다.우리는 이제 더 이상 경제위기를 방치해 둘 수 없는 상황이다. 신정부의 출현을 기다릴 수 없다. 그러기에는 너무 급박한 것같다. 정부는 실질적인 대책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정부가 현재 증시안정대책을 마련중에 있으나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증시는 경제현실의 반영이다. 배당소득세감면 등 지엽적인 조처만으로는 별로 효과를 거둘 수 없을 것이다. 정부가 경제위기국면을 타개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을 보여준다 해도 증시는 반등세를 보일 것이다.
정부는 우선 기아문제의 타결에 다시 역점을 둬야겠다. 금융권채무가 9조원이나 되는 기아그룹의 부도는 한보사태 등 대기업의 도산으로 이미 상당한 결손을 보게 된 금융권에 결정타를 가한 셈이다. 특히 정부·채권금융단과 기아그룹이 부도사태가 발생한지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정리방안에 합의를 보지 못한 채 대치하고 있는 것이 금융시장의 불안과 왜곡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부·채권금융단과 기아그룹은 대치상태를 풀고 타협점을 다시 찾아야 한다. 기아그룹은 법원에 김선홍 회장 등 현경영진의 유지를 겨냥한 화의개시신청을 했고 법원으로부터 재산보전처분결정을 받아 화의개시결정까지 2, 3개월의 시간을 벌어 놓고 있다. 한편 은행채권단은 정부의 종용에 따라 강력히 요구했던 법정관리가 기아측에 의해 거부되자 기아그룹과 관련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에서 일체 손을 떼고 있다. 기아그룹으로서는 어음발행을 하지 못하고 금융기관의 지원이 끊긴채 현금거래만으로 버티어 가야 하는 입장이다. 정부·채권은행은 기아측이 오랫동안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아래 손들고 나올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대결은 외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다. 한국적인 현상이다. 이것은 비정상적이다.
이제 원점으로 되돌아가서 이성적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누차 주장해 온 것이지마는 기아그룹을 합리적으로 정리하는데 우선해야 한다. 기아자동차의 구제 등 기아그룹구제책에는 정부·채권금융단과 기아그룹 사이에 대체로 합의가 이뤄져 있는 셈이다. 문제의 핵은 김회장의 사퇴와 노조의 인력감축동의, 또한 기아자동차의 제3자 인수 등인데 기아그룹측은 정부·채권금융단으로부터 제3자에 인수시키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는 조건으로 김회장사퇴와 노조의 인력감축동의를 해주어야 할 것이다. 기아사태로 국민경제가 결단이 나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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