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김 총재 “면전 직격탄”/DJ “여당이 판깨려…” 10여차례 공세/이 총재 “직설적으로 나오니 나도” 반격/나머지 3후보 “진흙탕싸움 그만” 양쪽 모두 질타○…강연회의 하이라이트는 각 후보의 주제강연 뒤 이어진 일문일답순서였다. 방청객을 대표한 5명의 질문자들은 핵심을 짚는 질문을 던졌고, 후보들도 거의 모든 질문에 돌아가거나 비켜가지 않는 답변을 했다. 특히 비자금 문제와 관련, 이회창 신한국당총재와 김대중 국민회의총재가 질문자를 사이에 두긴 했으나 사실상의 1대 1 토론을 해 좌중을 긴장시켰다. 주제강연에선 지나가듯 비자금 문제를 언급했던 이총재는 반격의 기회를 벼르고 있었다는 듯 『사실 오늘은 정책강연회여서 비자금문제에 대해 깊이있는 얘기를 하지 않으려 했으나 김총재가 매우 직설적으로 말하므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고 허두를 뗀 뒤 김총재를 겨냥해 「참았던」 말을 쏟아냈다.
○…강연회는 5명의 후보가 정치분야 전반에 관해 각자의 소신을 밝혔음에도, 전체적으로 이회창 총재 대 김대중 총재간의 「비자금 공방」에 나머지 3명의 후보가 양비론을 펴다가 사안에 따라 어느 한쪽을 편드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김종필 자민련총재는 『한국일보가 준 주제가 「97 대선과 우리정치의 나아갈 길」인 만큼 그 범주 안에서 이야기하겠다』는 말로 김총재의 「옆길가기」에 일침을 놓은 뒤 「비자금 문제를 들고 나와 대선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신한국당을 간접 비판했다. 조순 민주당총재는 『거대여당과 거대야당이 비자금을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구시대의 세력들이 새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채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라며 양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인제 전 경기지사는 『우리정치는 부정축재 의혹과 불법적인 정치공세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각당의 대통령후보는 구태의연한 정치공방을 중단하고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비전제시의 장으로 나올 것을 요구한다』며 이회창 총재와 김대중 총재를 함께 겨냥했다.
○…차분한 분위기속에 진행되던 강연회는 두번째 연사로 나선 김대중 총재가 이회창 총재에게 직공을 가하면서 급격히 달아올랐다. 『정치정세가 대단히 험악해지고 있다』고 말문을 연 김총재는 『여당이 판을 깨려하고 있다』는 말을 10여차례나 되풀이 하며 최근의 「비자금 정국」에 대한 파상공세를 폈다. 의석수에 따라 첫번째 연사로 등단, 미리 준비된 원고만 읽고 내려온 이총재는 김총재가 각 후보에게 공통적으로 할당된 강연시간(15분)의 절반이상을 여당에 대한 공격으로 일관하자 표정이 상기되기도 했다.
○바둑 화제삼아 담소
○…강연회에 앞서 대기실에 모인 후보들은 지방방문 일정과 바둑을 화제로 15분간 짤막한 대화를 나누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상오 9시35분 김종필 자민련총재를 시작으로 이인제 전 경기지사, 조순 민주당총재, 이회창 신한국당총재, 김대중 국민회의총재가 속속 도착했다. 이총재는 『아침 7시50분 비행기로 강릉에서 오느라 늦었다』고 말했다.
대기실에 자리를 잡고 있던 김종필 총재는 이 전지사와 조총재가 잇달아 도착하자 『보기가 힘들어요』 『강릉은 언제 갔다 오셨어요』라며 악수를 했다. 김종필 총재가 조총재에게 『얼마전 이수성 신한국당고문과 바둑을 두셨는데 누가 이겼어요』라며 운을 떼자, 연설문을 훑고 있던 이 전지사가 가세해 자연스럽게 바둑이 화제에 올랐다.
김종필 총재는 이어 『내 실력은 몇급정도냐』 『두분(조총재와 이 전지사)이 두어봤느냐』라며 바둑얘기로 계속 분위기를 잡았다. 조총재는 『(이 전지사는) 잘 둬요』라고 답했고, 이 전지사는 『(조총재와는) 맞수예요』라고 받았다. 이 전지사가 『3급으로 하셨으면 돈 많이 잃었겠어요』라고 묻자, 김종필 총재는 『3급으로 하면 따는 폭이 많다』고 자랑했다.
○연설 스타일 대조적
○…각 후보의 연설 스타일도 대조를 이뤘다. 이회창 총재는 전에 없이 강경하고 힘있는 목소리로 강연을 한데 반해, 김대중 총재는 여당을 비난하면서도 『신한국당의 엄청난 조작극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는 국민에게 눈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종필 총재는 내각책임제 홍보에 주력했고, 정치자금 스캔들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조총재는 청렴성과 도덕성의 「비교우위」를 자랑했다. 이 전지사는 「정치명예혁명」 「국민감동정치」 등의 수사를 나열하며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홍희곤·김성호 기자>홍희곤·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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