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가로턱·경사로 언제쯤 서울거리를 휠체어로 산책할 수 있을까『보도블럭과 골목을 연결하는 2∼3㎝의 턱도 저에겐 올라설 수 없는 큰 장애물입니다』 휠체어없이는 움직이기 힘든 중증 장애인인 박영희(37)씨에게 외출은 벼르고 별러 치르는 힘든 「행사」이다. 휠체어를 타고 혼자서 외출한다는 것도 상상을 할 수 없지만 누군가 도와준다해도 지하도 인도의 턱, 경사로가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요즘 박씨는 20여분 가는 집 근처 성당을 혼자 다니기 시작했다. 인도대신 차도를 이용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가능하게 된 일이다. 박씨는 『차도는 턱도 없고 울퉁불퉁하지 않고 길이 평평해 위험한 줄 알면서도 어쩔수가 없다』고 말한다.
공사가 잦은 도로도 장애인에게 불편을 준다. 휠체어가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좁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비올때 물이 빠지도록 인도 아래에 설치된 하수구도 휠체어가 움직이는데 장애물. 하수구 가림판의 간격이 5㎝정도라 휠체어 바퀴가 빠지기 쉬운데 박씨도 이때문에 길에 쓰러진 적이 있다.
택시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의 이용은 아예 포기한 상태다. 지하철을 타려면 휠체어 리프트를 사용해야 하는데 리프트가 작동하지 않거나 작동할 줄 아는 직원이 자리에 없는 경우가 많다. 리프트 시설이 없는 역도 적지 않다.
택시도 휠체어를 싣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장애인을 못본채 하기 일쑤다. 이런 생활을 어쩔 수 없이 감내할 수 밖에 없었던 박씨는 얼마전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하게됐다. 지난 8월 장애 여성 리더십 포럼 참석차 간 미국 워싱턴에선 휠체어를 타고 혼자서 얼마든지 자유롭게 다닐수가 있었다. 버스에는 휠체어리프트가 있었고 건물과 인도에는 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조금 불편할 뿐인 지하도나 급경사로가 장애인들에게는 외출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는 박씨는 『언제쯤이면 서울에서도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휠체어로 시원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산책할 수 있는 날이 오겠냐』고 물었다.<노향란 기자>노향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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