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기억될 만한 행사의 하나가 관객과의 대화시간이다. 지난해에는 즉흥적으로 마련됐던 관객과의 대화가 올해는 정식일정에 포함돼 영화팬들은 감독, 배우들과 격의 없는 토론을 벌였다.이 자리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한국 영화팬의 높은 수준에 놀라곤 했다. 평론가 뺨칠 만큼의 이론으로 무장하고 영화의 구석구석을 파고들며 감독들에게 어려운 해답을 요구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구불구불한 길은 이란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것인가요』(키아로스타미), 『현대영화의 상당한 속도감에 비해 새로운 시간 개념을 영화속에서 보여주는 이유는』(차이밍량), 『당신의 영화에 등장하는 바다의 의미는』(기타노 다케시). 이러한 질문을 받은 외국의 감독들은 한국팬들의 진지함에 자세를 가다듬었다.
영화를 향한 관객의 열정이 아울러 수준도 높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러는 한편으로 영화를 꼭 저렇게 어렵게 봐야만 할까, 좀더 편안하게 볼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혹시 우리 관객이 사전에 특정 작품에 대한 정보로 스스로를 묶어 놓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인 것이다.
영화는 상징과 논리 보다는 창작 주체인 감독과 수용 주체인 관객과의 정서적 교감이 우선한다. 영화는 그 나라의 사회적 현실이나 인생의 존재론적 의미에 대한 통찰을 담을 수는 있지만 그런 모든 것들은 정서와 감성을 통해 전달되는 것이다. 영화는 이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느껴야 하는 것이다.
관객과 세계적 감독과의 대화를 지켜보면서, 그런 영화들을 우리의 개봉관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없는 사회풍토가 우리 관객들에게 예술영화에 대한 지적인 허기와 함께 왜곡된 감상 자세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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