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안·기아·비자금파문 겹쳐/기관·외국인투자자 일제히 “썰물”/비자금 수사땐 또한번 충격 예상금융시장 불안, 기아사태 장기화, 비자금파문 등의 「삼재주가」가 증시를 공황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지수 600선이 완전히 허물어지면서 대량 투매사태가 빚어져 증시가 회복불능상황에 빠져들고 있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경제기반이 일거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16일 종합주가지수는 날개를 잃은 새처럼 추락을 거듭하면서 25·49포인트가 폭락, 문민정부들어 주가 최저치를 다시 경신했다. 이에 따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달 18일 이후 한달여동안 1백22포인트가 급락했다.
주가가 연일 폭락을 계속하고 있으나 증권가에는 「이제부터가 대란의 시작」이라는 공포감이 엄습하고 있다.
증시를 둘러싸고 있는 구조적인 악재들이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아 팔자물량만 늘어나고 사자세력은 찾기 어려운 수급불균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증시를 떠받쳐 온 기관투자가들과 외국인들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기관투자가들은 9월 한달동안 5백4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달들어 16일까지도 순매도액이 무려 9백30억원에 달하는 등 주식처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도 지난달부터 16일까지 5천2백9억원의 순매도액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한도확대를 앞둔 숨고르기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지만, 순매도규모가 워낙 커 외국인들이 한국증시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고개를 들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사자세력인 고객예탁금은 지난달초 2천8백억원선에서 최근에는 2천4백억원대로 4백억원 가량 떨어져 투자분위기를 급랭시키고 있다.
증시가 이처럼 공황직전의 상황을 맞고 있으나,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수단은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는 것이 더욱 문제이다.
금리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달러화강세가 이어지면서 「손님」을 뺏기고, 기아사태의 장기화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와중에 터져나온 비자금파문이 투자자들을 연일 내쫓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근거다.
특히 비자금파문이 검찰수사로 비화될 경우 증시의 「큰 손」들을 내몰아 증시가 초토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신증권 장석희 투자분석실장은 『불투명한 경기전망으로 증시의 기본체질이 허약한 상황에서 여러 악재들이 겹쳐 있어 폭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국인투자한도가 확대되면 자금의 신규유입으로 단기적인 상승은 점칠 수 있지만 악재가 해결되지 않는 한 폭락장세는 재현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증권전문가들은 특히 정부의 증시부양책이 효험을 발휘하기에는 증시가 입은 상흔이 지나치게 커 최악의 경우 주가 550선마저도 곧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김동영 기자>김동영>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