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정광철 특파원】 미 중앙정보국(CIA)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정보예산을 공개했다. 금년으로 창설 50주년을 맞는 CIA는 15일 미국의 정보활동에 사용된 97회계연도 예산이 모두 266억달러(24조원)라고 발표했다.CIA는 그러나 예산공개자체가 국가안보에 위해를 준다며 공개요구에 완강하게 반대해 왔던 그동안의 입장대로 총액 이외에 어떠한 다른 자료도 내놓지 않았다. 총액도 한 민간단체가 정보자유법에 근거해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공개한 것이다.
소송을 냈던 전 미 과학자연맹은 3년전 하원에서 부주의로 유출된 자료를 근거로 예산의 대략적인 세부항목을 추정했다. 우선 100억달러 정도는 전술적 군사정보활동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이밖에 감청 및 암호해독을 담당하는 국가안보국(NSA)에 40억달러, 첩보위성을 발사하고 관리하는 국가정찰실(NRO)에 60억달러, CIA자체에 30억달러가 사용됐다는 분석이다. 나머지는 연방수사국(FBI) 국무부 에너지부 등의 정보분석팀에 분산됐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존에 알려진 연도별 예산비율을 분석한 결과 정보예산은 89년 345억달러로 최고였다. 지미 카터행정부 시절이던 80년 예산은 152억달러였다. 올예산은 냉전시절이던 80년대를 기준으로 할 때 평균수준이다. 다른 부처의 경우 교통부가 359억달러, 보건부문이 340억달러를 사용했다.
CIA는 그동안 빌 클린턴 대통령의 총액공개 지지입장에도 불구하고 공개자체가 적에게 미국 첩보장비의 능력과 한계를 노출시킨다고 주장하며 반대해 왔다. 미 의회도 금년에 공개반대를 결정했었다. CIA는 앞으로도 총액공개여부를 매년 그때마다 결정할 방침이라며 기존입장에서 조금도 후퇴하지 않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