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보 이후 기아까지 이어지는 대기업부도 사태가 아직 어느 것 하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쌍방울 해태 태일정밀 등 중견그룹들마저 위기에 몰리며 경제가 심하게 휘청거리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산처럼 쌓이는 부실채권에 사실상 기능 마비상태를 보이고 있다. 증시부양책으로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던 증시마저 어제 종합주가지수 600선이 무너지자 투자자들이 넋을 잃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다시 불길한 금융대란설이 난무하고 있다. 외환시장의 불안감이 또 고개를 들고 있다.우리 경제의 어디 한구석에도 마음 놓을 만한 데가 짚이지 않는 게 오늘의 실상이다. 정부가 아무리 우리 경제의 거시지표가 호전되고 있다고 외쳐도 환청일 수 밖에 없다. 새삼 이유를 따질 것도 없다. 금융시장의 위기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실물경제의 파국상태가 새삼스럽지 않았다. 경제 문외한들도 예견할 수 있었던 상황이다.
정부가 무책임하고 어설픈 논리로 경제상황을 방기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경제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정쟁에만 몰입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원인을 따지고 대책을 세우라는 주장도 되풀이하기에 진력이 났다. 경제정책팀의 무능력이 여실히 드러났다. 감당할 능력이 없거나 정책이 더 이상 경제살리기에 실효성을 상실했다면 경제팀이 취할 행보는 뻔하다. 어쩌면 경제팀의 교체가 가장 빠른 경제위기 극복의 실마리가 될지 모른다는 경제계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도 있다. 어떻든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경제정책의 최종책임자인 정부가 나서야 한다.
단기적으론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파국위기를 함께 해결하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금융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태에서 금융계에만 돈을 푼다고 돈이 돌지 않는다. 위기국면에 있는 기업들의 자구노력을 과감히 떠받칠 수 있도록 기업에도 직접적인 자금수혜의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21세기의 경제철학을 강의할 시간이 아니다.
정치권은 더 이상 경제를 파국으로 모는 정쟁을 중지할 것을 촉구한다. 민생을 외면한 정쟁이 어떤 부메랑이 되어 정치권에 되돌아올 것인가를 냉정히 생각해야 한다. 지금은 여야가 함께 경제살리기에 나서도 힘이 부치는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관련법의 신속한 처리 등 여야가 경제살리기의 경쟁에 나서야 할 때다.
금융권과 기업도 이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한다면 공멸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터무니 없는 루머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대기업일수록 중소하청업체를 지원하는 금도를 보일 때다. 정부와 정치권, 금융계가 함께 나서 우선 다급한 불부터 끄는 일치된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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