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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아더의 예언/김철훈(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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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아더의 예언/김철훈(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7.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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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스위스에서는 한가지 흥미있는 극비외교 문서가 공개됐다. 2차대전 종전을 전후해 당시 주일 스위스대사관 공사가 본국에 보고한 것을 정리한 문서로 일본을 둘러싼 당시의 여러가지 상황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이 문서는 나가사키(장기)와 히로시마(광도)에 원자폭탄이 투하된후 일본 국민이 동요하는 모습, 소련의 의외의 참전에 일본 정부가 당황하는 모습 등 패전후 일본 국내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문서에는 또 국가 지도부와 국민이 낙담하고 있는 가운데에도 병사들이 아무일이 없었다는 듯이 황실용 방공호를 파고 있고, 길거리에서는 연일 「필승」의 선전공작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도 묘사돼 있다.

하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연합군 총사령관으로서 종전후 일본을 통치했던 미국의 더글러스 맥아더장군과 스위스 공사와의 대화 내용이다. 맥아더 장군은 45년 10월5일 스위스 공사와의 대화에서 『일본이 싼 노동력과 염가의 제품을 수출해 아시아를 좌지우지할지도 모른다』며 『새로운 경제침략으로부터 아시아를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본군이 전시에 필리핀에서 미군 포로를 학살한 것에 대해 일본 군부와 군부의 대두를 묵인했던 외무성을 강력히 비판했으며 『향후 일본은 국제적으로 비참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맥아더 장군의 「경제적 침략」발언은 매우 희화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패전후 폐허가 된 일본에 군정책임자로 부임해 민주주의의 전도자로서 또한 경제 재건의 기수로서 정열을 바친 「일본의 은인」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의 50여년전의 예측이 오늘날 보기좋게 적중했다. 게다가 일본은 최근 군사강국의 길을 걷고 있다. 맥아더는 일본과 전쟁을 함으로써 일본의 속성을 꿰뚫고 있었다. 그는 필리핀에서 철수하면서 「절치부심」, 결국 승자로 다시 일본땅을 밟았다. 그는 그러나 일본은 언젠가 다시 일어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이같은 그의 예측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과연 우리의 지도자들은 맥아더의 우려섞인 예측을 한번쯤이라도 생각해봤을까.<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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