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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체는 갔어도 패션명가는 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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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체는 갔어도 패션명가는 건재”

입력
1997.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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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 도나텔라의 밀라노 패션쇼에 찬사9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베르사체 98년도 봄·여름 기성복 패션쇼는 전세계 패션애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벤트였다. 7월 패션계의 거장 잔니 베르사체가 살해된 이후 「잔니 없는 패션왕국 베르사체가 과연 온전할까」하는 의문을 풀어줄 무대였기 때문이다.

나오미 캠벨, 린다 에반젤리스타 등 슈퍼모델이 대거 출연하고, 데미 무어 등 쟁쟁한 스타들과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 패션계 거장들이 자리를 함께한 패션쇼의 막바지 무렵, 잔니의 여동생 도나텔라(40)가 무대에 등장하자 관객들은 「건재한 베르사체」를 직접 목도했다는 듯 열렬한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런 결과는 어쩌면 놀랄 일이 아닐지 모른다. 3년전 암선고를 받은 잔니가 베르사체사를 이탈리아 특유의 가족회사로 운영하면서 역할분담을 통해 사후에 대비해왔기 때문이다. 도나텔라는 잔니와 함께 의류디자인과 광고를, 형 산토(52)는 회장으로 사업전반을 맡아왔다. 특히 잔니는 고대 그리스·로마의 신화에서 얻은 영감을 기초로 가죽과 망사, 금박 장식 등 색다른 소재와 상반된 색상을 사용, 파격적인 이미지를 창출하는 자신의 패션세계를 모두 도나텔라에게 전수했다.

이날 패션쇼는 전체적으로 잔니의 스타일속에 분방한 분위기를 중시하는 도나텔라의 개성이 어우러졌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물론 관통하는 이미지는 「화려함과 섹시함」이었다. 가령 자투리 옷감을 누더기로 기운 섹시한 옷차림에 부드럽고 광택이 나는 울 수트를 받쳐입거나 그리스 여신의 이미지를 풍기는 정교한 주름장식과 망사무늬로 장식된 가운, 짧은 바지에 코르셋 형식의 꽉끼는 격자무늬 상의를 배치한 것 등이 주목을 끌었다.

베르사체 사람들은 잔니가 비명에 간 뒤에도 그의 스타일만이 아니라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베르사체사를 탄탄대로에 올려놓기 위해 노력해왔다. 1,000억리라(약 523억)로 추정되는 잔니의 재산이 유언대로 평소 그가 끔직히 사랑했던 도나텔라의 딸 알레그라에게 돌아가도록 했다. 또 잔니가 추진했던 3억5,000만달러의 주식상장도 내년에 실시하고 사업확장도 계속할 예정이다.<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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