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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만나러 남대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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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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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떠난지 3년만에 3∼4㎏ 성어로 자라 산란을 위해 모천 찾아온 맛난 고기들/지금 설악 옆 남대천엔 맨손잡이·채낚시 등 연어잔치가 한창강원도 양양군 남대천, 아스라이 설악산 대청봉이 바라다보인다. 단풍이 붉게 타오르는 10월 중순이 되면 물깊은 남대천은 물빛깔이 달라진다. 더욱 짙푸르러진다. 바람소리도 그윽해진다. 3년전 봄 남대천을 떠났던 연어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연어는 바다에서 살다가 자기가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오는 모천회귀성 어류. 다 자란 성어는 길이가 60∼70㎝, 어른 허벅지 만하다. 무게도 3∼4㎏이나 나간다. 바다로 떠난 치어는 3년 만에 모천으로 돌아와 산란을 하고 생을 마친다.

북태평양 베링해의 거친 파도와 싸우며 한류를 타고 이동,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알래스카를 지나 캄차카 반도, 일본 열도를 거쳐 다시 남대천에 이르게 된다. 고향을 찾아오는 연어는 험난한 바닷길을 뚫고 시속 45㎞로 헤엄쳐온다. 때로는 3m가 넘는 폭포를 뛰어넘기도 한다. 연어가 왜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모천의 냄새를 기억하기 때문이라는 추측만 있을 뿐이다.

은백색을 띠던 연어는 산란기에 이르면 몸색깔이 변한다. 수컷은 군복 무늬처럼 얼룩무늬를 띄게 되고, 암컷은 선홍색이 감도는 혼인색으로 변신한다. 일생에 단 한번 치르는 산란을 위한 보호본능이 발동하는 것이다. 이때 연어는 독이 오를대로 오른다. 남대천 하구를 가로질러 쳐놓은 1m가 넘는 그물을 뛰어넘는 연어도 있다. 상어처럼 그물을 뚫고 나가기도 한다. 강물을 거슬러 상류까지 올라온 연어는 강바닥에 지느러미와 온몸을 비벼 구멍을 파고 2,000∼3,000개의 알을 낳는다. 아무 것도 먹지 않아 푸석푸석한 살은 너덜너덜해지고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 연어는 최후를 맞는다.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숨져가는 연어의 모습은 처절하고도 아름답다. 거친 세상으로 나가 성장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와 죽음을 맞는 연어의 일생은 한편의 성장소설을 연상시킨다.

백두대간의 점봉산과 설악산에서 발원한 남대천은 아직도 물맑기로 으뜸이다. 바닥에 왕모래와 자갈이 있고 수초가 넉넉해 연어가 산란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남대천을 비롯해 강릉 연곡천, 고성 북천, 명파천 등 전국적으로 12개의 연어 소상하천이 있다.

연어는 자연산란을 할 경우 부화율이 인공채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인공채란 방법을 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양양군 내수면연구소에서 85년부터 연어를 인공부화해 방류를 시작했다. 90년 처음 연어가 돌아왔다. 연어는 보호어종으로 지정돼 남대천에서는 어획이 금지되고 있다. 다른 하천에서도 11월 말까지는 포획이 금지된다.

18,19일 양일간 양양군청 주최로 남대천에서는 「양양 남대천 연어잔치」가 열린다. 행사기간 중에는 남대천 월리쪽 낚시터에서 연어잡이도 허용된다(밤낚시는 금지). 맨손 연어잡이(참가비 5,000원), 연어, 송어 채낚시(1만원) 등 연어와 함께 즐거운 주말을 보낼 수 있다.

내수면 연구소는 연어 포획 및 채란, 수정작업 과정을 견학하는 코스도 마련한다. 또 남대천 둔치에서는 연어판매장을 설치하여 냉동연어 및 선어를 판매한다. 오색그린야드호텔과 낙산비치호텔은 연어와 가리비를 재료로 한 각종 요리 전시 및 시식회를 연다.

◎양양군 내수면연구소장 백국기씨/“올 회귀율 1.5% 태어난 곳 찾아오는 본능 신비롭죠”

국립수산진흥원 양양군 내수면연구소 직원들은 요즘 연어 맞을 채비에 바쁘다. 남대천 하구 연어포획장에 채란할 연어를 잡기 위해 그물을 쳐놓고 4명의 연구원이 번갈아가며 연어 회귀량을 확인하고 있다.

백국기(55) 소장의 마음은 누구보다 각별하다. 3년전 소장으로 부임해 처음 떠나보낸 연어가 성장해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멀리 떠나보낸 자식을 맞는 부모의 심정이나 다름없다. 『인간도 아닌데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온다니 신비롭기만 합니다』 주문진이 고향인 백씨는 66년 수산진흥원에 들어와 강릉, 포항 종묘배양장장을 거쳐 94년 양양군 내수면연구소 소장으로 부임했다.

『연어는 지역 어민의 소득증대에 기여하는 중요한 어업자원이자 관광자원입니다. 해양선진국에서는 연어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죠. 우리나라도 해마다 회귀율이 높아지고 있어 연어자원 모천회귀국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올해 회귀율은 1.5%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내수면연구소는 양양군청과 함께채란하고 남은 연어를 아동보호시설과 노인정, 벽지학교의 급식용으로 지원한다.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일생을 마감하는 연어의 마음을 닮으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연어요리/회·구이 좋지만 솔잎연기 훈제 백미

연어 요리법은 다양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회나 구이로 먹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미식가들은 훈제요리를 제일로 꼽는다. 뭐니뭐니해도 솔잎을 태워 그 연기로 그을린 훈제가 최고다. 또 향나무를 태우면서 만든 훈제도 오묘한 맛을 자아낸다.

붉은살 생선인 연어는 신선도가 빨리 떨어지기 때문에 잡은 즉시 냉동시킨다. 회로 먹는 연어는 해안가에 쳐놓은 정치망에서 잡은 것이다. 살짝 얼은 연어회는 입에 들어가면 아이스크림처럼 살살 녹는다. 연어회는 야채를 곁들이지 않고 참기름에 소금을 섞은 기름장이나 겨자 또는 간장에 찍어 먹는다. 산란기의 연어는 살빛이 회갈색으로 변한다. 이때 연어는 영양분을 전혀 섭취하지 않아 세균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회는 적당치 않고 구이로 먹는 것이 좋다. 연어알도 별미. 일식집 김말이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연어알이다.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감칠맛이 비할데 없다.

산란기의 연어알은 수수알 만한 크기로 빨간 석류처럼 탐스럽다. 소금물과 식초, 정종으로 씻으면 신선도도 유지되고 탄력도 생기며 비린내까지 없어진다. 그냥 먹어도 좋고, 젓갈을 담가도 좋다.

남대천 주변 횟집에서 이맘 때면 연어구이와 연어회의 제맛을 만끽할 수 있다. 진선미식당(0396―671―5953)과 천선식당(0392―672―5566)은 뚜거리탕을 시키면 연어구이를 서비스로 내놓는다. 뚜거리는 길이 5㎝ 정도의 민물고기. 동해안에서는 뚜거리탕이 추어탕을 대신한다. 해장과 몸보신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횟집에서는 연어를 직접 판매하기도 한다.

◎가는 길/홍천→인제 거쳐 양양 첫 사거리서 우회전

연어는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청정한 수계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살아 있는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생태여행의 주제로 손색이 없다.

리치여행사(02―508―8880)는 18, 19일 연어잔치에 참가한다. 우이령보존회(02―998―4462)는 25, 26일 남대천 연어생태학교를 운영한다. 국토순례회 옛돌(02―275―4333)도 11월1, 2일과 8, 9일 두 차례 양양 남대천 연어 회귀현장으로 생태여행을 떠난다.

남대천은 설악산 가는 길과 같다. 홍천과 인제를 거쳐 한계교에서 한계령으로 접어들면 양양에 들어선다. 양양에 들어서 첫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해서 옛양양교를 건너면 횟집이 나타난다. 남대천의 하류쪽에 보이는 신양양교를 지나 좌회전을 하면 남대천 행사장에 이른다.<남대천(양양군)=김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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