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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종금 인수실패로 치명상/태일정밀 부도유예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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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종금 인수실패로 치명상/태일정밀 부도유예 배경

입력
1997.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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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자금 끌어 ‘비제조업’ 무리한 투자15일 부도유예협약 대상기업으로 선정된 태일정밀(사장 정강환)은 컴퓨터 헤드를 비롯, CD롬 드라이브, 모니터 등 각종 PC부품시장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종합정보통신업체. 국내에 14개, 해외에 6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83년 설립이후 태일정밀의 역사는 「기록」의 연속이었다. 창립 2년만에 세계 두번째로 하드디스크용 자성 박막디스크를 자체 개발했고 88년 기업공개에 성공했다. 매출도 86년 22억원에서 10년만에 3,905억원으로 뛰었다. 특히 컴퓨터 헤드부문에서 세계시장의 15%를 점유, 빅3업체로 부상했다.

승승장구하던 「제조업체」인 태일정밀이 자금난에 몰리게 된 원인은 「비제조업」에 대한 무리한 확장에 있다. 태일정밀은 지난해 이후 청주민방 지분참여(100억원) 수원터미널 매입(300억원) 대전 보문산동물원 인수(200억) 등 「곁가지」사업에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집중적으로 쏟아부었다. 특히 올해초 대구종금 인수를 위해 이 회사주식 38%를 주당 4만1,000원에 사들였으나 기존 대주주인 화성산업 등 대구지역 상공인들이 강력 반발, M&A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주가가 2만원대로 급락했고 태일정밀은 결국 주식을 팔지도 못한채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됐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막대한 투자를 대부분 종금사 단기고리자금으로 충당함으로써 태일정밀의 재무구조는 급격히 악화했다』고 밝혔다. 태일정밀이 금년에 빌린 금융자금은 총 2,477억원으로 이중 74%가 종금사 여신이었다.

이 때문에 태일정밀의 자기자본비율은 95년 31.4%에서 지난해 23%로 낮아졌고 부채비율은 219%에서 334%로 높아졌다.

그러나 한보 기아사태가 터지면서 태일정밀은 종금사들의 집중적 여신회수공세에 시달려왔다. 올들어 종금 보험 등 제2금융권이 회수한 태일정밀여신은 무려 1,250억원에 달한다. 특히 「태일정밀이 현 정부 실세와 밀접한 관계가 깊다」는 정치적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종금사의 자금상환압박은 더욱 거세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태일정밀 계열사의 총 금융권부채는 ▲은행 4,734억원 ▲종금 3,100억원 ▲보험 312억원 ▲제3금융권 1,579억원 등 총 9,725억원대에 달한다. 태일정밀측은 『수원시외버스터미널, 대전보문산동물원, 대구종금 및 청주방송지분 등 비제조업 분야사업을 모두 매각, 2,500억원대의 자구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계는 태일정밀의 위기를 『기업이 너무 급성장해도 안좋고 곁가지사업에 한눈을 팔아서도 안된다』는 교훈으로 평가하고 있다.<남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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