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동안 내의 메이커로 일반 국민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심어온 쌍방울그룹이 기업회생을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화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직접적 원인은 무주리조트건설 때문이다.모기업인 (주)쌍방울은 지난해 3,4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90억원의 이익을 냈으며 여전히 현금회전이 비교적 원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무주리조트 개발·운영권자인 쌍방울개발이 지난해만 1,600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자금난을 가중시켜 왔다. 메리야스 제조를 중심으로 섬유연관그룹의 한길을 걸어오던 쌍방울은 80년대말부터 사업다각화를 적극 추진해왔다. 그 대표적인 사업이 무주리조트 건설이었다. 「’97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의 한국유치가 확정된 93년 이래 쌍방울은 막대한 시설투자를 시작했다. 쌍방울은 당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했으나 정부의 직접지원은 122억원에 그쳐 거의 자력으로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준비를 추진해야 했다. 은행권을 통한 자금조달계획도 레저산업에 대한 은행여신제한규정 때문에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2, 3금융권으로부터 단기자본을 조달해 사업을 추진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금융기관 빚만 7,560억원에 이르게 됐고 이 가운데 종금사로부터 빌린 단기 여신만 4,800억원에 달하는 기형적인 자금조달 구조가 이뤄진 것이다.
순수하게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위해서만 2,900억원대의 거액을 쏟아부었지만 리조트사업의 특성상 투자자금 회수에는 적게는 몇년에서 길게는 수십년이 걸릴 수 밖에 없어 자금사정은 급속히 악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의 경우 리조트부문에서만 304억원의 적자가 발생, 섬유부문에서 245억원의 흑자를 내고도 그룹 전체로는 5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동계 유니버시아드대회가 끝나고 리조트의 상업성에 대한 의문이 현실화하면서 종금사들은 대출금 회수에 나서기 시작했고 급기야 1일에는 쌍방울개발이 1차부도를 내기에 이르렀다.
쌍방울은 1차부도 이후 쌍방울레이더스야구단, 이리골프장의 매각 등을 포함한 4,200억원의 자구계획을 발표하고 종금사들도 여신회수 자제를 결의, 위기를 넘기는가 싶었다. 하지만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가 해외채권 조기상환을 요구하면서 또다시 10일 부도직전에 몰리는 등 한계상황에 다다랐다. BOA의 추가대출로 간신히 위기를 넘겼지만 이미 이때 그룹 내부에서는 정상적인 경영체제로는 기업회생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화의 실무절차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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