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에 대한 근대의학의 탐구는 영국왕 찰스2세의 주치의였던 토머스 월리스에서 비롯됐다. 그는 당뇨병 환자의 소변은 꿀이나 설탕으로 범벅된 듯 매우 달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소변」을 뜻하는 그리스어 diabetes에 「달콤하다」는 mellitus를 덧붙여 당뇨병(diabetes mellitus)이라는 병명을 만들었다.월리스는 다뇨와 다음의 증상을 파악했다. 또 조기진단과 치료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반면 병이 진행되면 회복이 어렵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러나 원인 규명은 오리무중 속을 헤매었다. 1775년경 매튜 돕슨은 환자의 소변은 물론 혈액에도 당분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 당뇨병이 콩팥의 이상에서 기인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대사성 질환이라는 오늘날의 개념에 접근했다. 1869년 랑게르한스는 췌장에서 특수한 세포집단을 발견하고 「랑게르한스섬」이라고 명명했다. 그러나 그는 랑게르한스섬이 인슐린을 분비한다는 사실은 몰랐다. 1874년 쿠스밀은 혼수상태에서 보이는 특이한 호흡 등 당뇨병 환자의 말기증상들을 묘사했다. 이런 발견은 당뇨병의 정체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으나, 당시에는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1889년 민코프스키와 폰 매링은 실험적으로 췌장을 떼어낸 개에서 당뇨병이 생기며, 그 개는 지방과 단백질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이어 췌장액이 흘러나오는 분비관을 묶어 보았는데 소화기능은 떨어졌지만 당뇨병은 생기지 않았다. 그들의 연구로 당뇨병과 췌장 사이에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으나 구체적인 관계를 아는 데는 30년의 세월이 더 필요했다.<황상익 서울대의대 교수·의사학>황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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