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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화경법/이기창 문화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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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화경법/이기창 문화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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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판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많은 국민은 쓴 웃음을 짓기 십상이다. 정작 주인인 국민의 눈치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책대결 대신 흙탕물 뿌리기에 바쁘다. 그 와중에 소위 집권여당인 신한국당은 한 술 더 뜨는 게 아닌가 싶다.사실 여야를 막론하고 누구라도 정치자금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 정치의 원죄는 바로 정치자금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여당은 「비자금설」 폭로도 좋지만 자신부터 추스리는 자세를 보여야 했다. 앞으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참)는 다짐과 함께 과거의 잘못을 고백하는(회) 참회를 국민 앞에 먼저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대통령선거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대선후보자들은 권력잡기에 앞서 나라의 운명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화합을 이뤄 발전적인 미래를 개척할 수 있도록 앞장서서 이끌 지도자를 우리는 원한다.

절에 가면 육화료라는 편액이 흔히 눈에 띈다. 승가공동체의 생활규범을 적어 놓은 편액으로 그 근원은 중국 송나라의 대선사 목암 스님이 지은 「조정사원」이라는 책에서 비롯된다. 목암 스님은 이 책에 타인과 더불어 사는 6가지 지혜, 육화경법을 남겼다.

즉 신화공주(남의 희생을 전제로 자기만 잘 살려고 해서는 안된다), 구화무쟁(모든 다툼은 입에서 비롯되니 서로 말을 조심한다), 의화동사(자기 주장만 내세우고 남의 의견을 무시해선 안된다), 계화동수(만인은 평등하니 모든 계율을 지킴에 예외가 없다), 견화동해(자기 이익을 위해 옳은 것을 그르다고, 그른 것을 옳다고 왜곡하지 말라), 이화동균(모든 이익은 공동체 구성원이 고르게 나눠야 한다)의 6가지이다. 물론 동시대의 수행자를 대상으로 한 훈계이지만 그 참뜻은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 오히려 오늘처럼 혼탁한 시대에 그 의미는 더욱 크고 절절하게 피부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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