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부도로 졸지에 단돈 300만원으로 시작한 사무용품 납품/1인4역 억척으로 성공/이젠 연매출 4억원남녀고용평등의 달을 맞아 정무2장관실이 주관한 여성취업사례 공모전에서 김수희(43·부산 명보종합상사 대표)씨가 「행복의 날개를 펴기까지」로 영예의 최우수상을 받았다. 김씨는 17년전 단돈 300만원으로 낸 사무용품 가게를 오늘날 연매출 4억원 규모의 종합사무용품 납품업체로 키워낸 맹렬여성이다.
직장경험이 전무했던 김씨는 지난 81년 7월 「하늘이 무너져내리는」경험을 했다. 남편 김규석(47)씨가 운영하던 종이박스 제조공장이 부도나면서 집은 경매로 넘어가고 살림살이는 남의 창고에 처박히고 철부지 두딸과 함께 거리로 내쫓겨겼다. 그날따라 장마비는 비수처럼 쏟아졌다. 망연자실 시부모가 사시는 13평짜리 아파트에 몸을 의탁했으나 남편은 충격으로 넋을 놓았는지 자포자기에 빠져 몇년이 지나도 집안을 돌보지못했다. 밥은 먹고 살아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에 김씨는 사무용품 납품업에 달려들었다.
친구에게 꾼 300만원으로 부산 서면의 부속상가내에 보증금 100만원, 월세 20만원짜리 가게를 얻었고 나머지 돈으로 도매상에서 사무용품을 떼다 놓았다. 그때부터 경리와 홍보, 주문받기, 배달까지 1인 4역이 시작됐다. 부산 서면 근처의 기업체에 출근하다시피 다니면서 가게를 알렸고 볼펜 1타스, 스탬프 1개도 직접 배달에 나섰다. 김씨의 꼼꼼한 일처리와 성실함은 곧 「믿을만한 거래처」라는 인식을 심었고 「여자랑 일 못한다」던 큰 기업체들에서도 오랜 거래처를 김씨쪽으로 자진해서 바꿀 정도가 됐다.
김씨는 창업성공의 비결을 『「주인이 가장 좋은 종업원」이라는 좌우명을 꾸준히 지킨 결과』라고 설명한다. 김씨는 지금도 전화주문받는 직원을 따로 두지않고 자신이 직접 받는다. 책임있는 사람이 주문을 받아야 납품일정과 가격조정 등 민감한 문제를 고객의 불편없이 바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월이 약이라던가 김씨의 노력에 감화를 받은 남편도 재기에 성공했다. 대학 1년과 고3인 두딸도 「엄마 이제 좀 쉴까」하고 물으면 「여성인력을 잘 활용해야 나라가 부강해지는데 좀 살만하다고 일을 그만두면 안된다」고 할 정도로 똑똑하게 컸다. 『처음엔 밥만 먹자고 시작한 것이 요즘에는 일에 대한 의미를 찾게되고 더 신명이 난다』는 김씨는 앞으로 강연과 상담을 통해 자신의 창업성공기를 창업을 준비하는 여성들과 더 많이 공유하도록 힘쓸 계획이다.<이성희 기자>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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